"정부 듣기 좋은 소리만 하지 않겠다"-헌정연 첫 회의 끝낸 민복기 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이라고 해서 정부에 듣기 좋은 얘기만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위원들의 면면을 봐도 자기 소신을 굽히면서 듣기 좋은 소리나 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문기관이지만 정부에 거슬리는 발언도 많이 나올 겁니다.
21일 하오 정부 헌정제도 연구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한 민복기 위원장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헌정연의 연구기능을 강조하면서도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위원장으로서 헌정연 발족에 대한 소감은 무엇입니까.
『헌정제도 연구위는 대통령의 자문기관으로서 헌정제도를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있지만 업무수행에는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본래의 사명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 자신이 국정자문위원으로 있지만 정부에 거슬리는 발언도 많이 하고 있어요.』
-민정당이 이미 발족시킨 헌 특위나 국회 헌 특위가 구성될 경우 이들 기구와의 관계는 어떻겠습니까.
『대통령은 민정당 총재이므로 헌정연의 연구결과와 민정당의 개헌시안을 서로 보완, 절충하는 조정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게 될 경우는 헌정연의 연구결과가 많이 반영될 것입니다. 그러나 개헌안을 직접 만드는 것은 우리의 임무가 아닙니다.』
-헌정연의 연구는 개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십니까.
『막연한 연구란 있을 수 없어요. 지금 개헌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헌정연은 경제발전과 국민의식 수준향상에 따라 현행 헌법의 문제점을 찾아 고칠 점이 있으면 이를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 주임무입니다. 대통령이 이를 채택하고 않고는 대통령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건의할 시기는 대충 언제로 보십니까.
『충분히 연구해 결과를 건의하겠지만 질질 끌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최선을 다해 빠른 시일 안에 결과를 얻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습니다.』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정부로부터 어떤 주문을 받지는 않았습니까.
『전혀 없었습니다. 대통령 자신도 이를 원치 않을 것이며 독자적으로 연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믿습니다.』
-헌정사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어떤 제도가 우리 현실에 맞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나 자신이 헌법 전문가는 아닙니다. 내가 어느 것이 낫다고 말하면 헌정연의 연구방향에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므로 개인적인 견해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헌정연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게될 보고서는 단일 헌법안이 되겠습니까, 장단점을 비교한 복수안이 되겠습니까.
『당연히 하나의 결론만 제시하는 단일안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도 분명히 밝혀야 할 줄로 믿습니다.』(이때 이양우 법제처장 겸 헌정연 간사장이『연구결과에 따라서는 결론을 낼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양외 개헌 논의에 대한 위원장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개헌시비가 폭력사태를 유발하는 단계까지 간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입니다.』
-위원장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개헌논의의 방법은 어떤 것입니까.
『개헌논의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시위도 없고, 사회불안도 없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72세지만 건강은 아주 좋은 편이라고 말한 민 위원장은 건강관리를 위해 하루 2시간씩 조깅도 하고, 헬드클럽에 나가 수영도 한다고 했다.<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