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주화 꼭 이룩|원내서 해결 못해 비폭력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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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허남진특파원】방미중인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일행은 14일(현지시간) 「토머스·오닐」하원의장을 비롯, 미민주당의 「케네디」「매코널」「클링스턴」상원의원 및 「시프터」국무성 인권담당 차관보 등과 만나 한국의 정치발전문제 및 인권문제 등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 총재일행은 「오닐」의장 등 의회쪽 인사들을 만나 ▲상원에 제출된 한국민주화촉구 결의안 조속 통과 ▲한국에서의 반미확산을 막는 민주화 성원 등을 요청했다.
이 총재는 「오닐」의장이 방미목적이 뭣이냐고 물은데 대해 『첫째는 한미간 친선우호도모며, 둘째는 한국민주화의 중요성에 대한 미정계지도자들의 올바른 인식을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12총선에서 많은 어려움을 물리치고 우리 당이 승리한 후 지난 1년 동안 의회주의 방식으로 민주화를 촉구했음에도 불구, 여측에 의해 실효를 거두지 못해 비폭력·평화적 투쟁에 나섰다』고 전제, 『한국의 민주화는 반드시 우리 손으로 이룩할 것이지만 미정계도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투쟁 진의를 잘 알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닐」의장은 한달 전 이재형국회의장의 예방을 받았을 때 전두환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었다고 밝히고 『그때 전대통령에게 한국은 민주화와 언론자유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바 있으며 이 총재에게도 그러한 요구와 함께 야당은 반드시 결사의 자유와 국회 내에서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이 보장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네디」의원과의 회담에서 이 총재는 『「슐츠」장관이 방한했을 때 민주주의를 위해 정부에 경각심을 줄 것을 크게 기대했으나 오히려 현정권을 지지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었고 그로 인해 학생층을 중심으로 반미감정이 더욱 고조되고있다』고 말했다.
「케네디」의원은 한국의 민주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한국민주화촉구결의안은 현재 상원에서 취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프터」차관보는 15일 하오(한국시간 15일 상오) 신민당의 이중재·이기택·김수한 부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현실적으로 어떤 나라의 정부를 수립하거나 정권을 무너뜨리는 등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면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정부가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면서 민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시프터」차관보는 미국의 기본입장은 고문근절, 권력에 의한 자의적인 형사처벌근절 등 인권문제에 관한 한 명백하다고 밝히고 『독재체제 자체는 반대지만 개헌을 포함한 정부형태 등 한국의 민주화는 한국인 스스로 대화와 협상에 의해 점진적으로 이뤄지길 바라는 게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선거제도가 직선제든, 간선제든 미국으로선 간여할 성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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