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모에겐 이런 일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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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시는 이런 불행이 다른 부모들에게 닥쳐서는 안되겠어요』
시위도증 분신자살을 기도, 지난3일 숨진 서울대생 김세광군(21?미생물 4)의 아버지 김재훈씨 (50?상업?서울홍제동 304의 58)는 어버이날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20여년간 키워 온 막내아들 세광군이 피지도 못한 꽃이 되어 부모곁을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병원치료와 장례등 지난 열흘간을 긴장과 고통속에서 뜬 눈으로 보낸 김씨는 7일하오 삼우제를 지내러 몸이 불편한 부인등 가족과 함께 경기도 광주군 판교 공원묘지로 떠나면서 세광군이 쓰던 책상위에 놓인 사진을 초연히 뒤돌아보았다.
김씨는 『아들이「무엇을 위해 죽음을 택했고, 죽음만은 막을 길이 없었던가」수없이 자문해 보았다』 며『휴학만 시켰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목소리가 가늘어 고교시절 학생대표를 맡지 못해 낙심했던 세광군이 대학 3학년이 되어 과대표와 미생물학회장이란 「감투」를쓰게 되자 김씨부부는 아들이 대견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운동권학생들과 접촉이 찾아지면서 올봄 자연대학생회장에 당선된 후에는 세진군의 언행이 달라지기 시작, 김씨부부는 휴학시켜 군에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김씨부부는 지난달 25일 세광군이 2학년생 전방입소거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도서관농성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는 학교측의 연락을 받고 학교로 달려가 분신사건이 나던 28일까지 아들을 찾아 헤맸다.
아들을 찾는 즉시 휴학원을 제출할 참이었다.
김씨가 쥐고있던 휴학원은 세광군이 중화상을 입고 입원한 이튿날인 29일 학과장을 통해 학교에 제출됐다.
붉은 카네이션대신 검은 넥타이로 어버이날을 맞이한 김씨는 『아들의 주장을 모두 이해할수도, 용서할수도 없지만 내 아들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면서 『앞으로 나같은 불행한 어버이는 다시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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