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수석 차적조회 수사…의혹 키운 경찰의 거짓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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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차량에 대한 ‘불법 차적조회’ 사건이 말썽이다. 경찰의 어정쩡한 해명이 되려 의혹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 언론사 기자의 부탁으로 우 수석 관련 차량 4대의 차적을 조회해 알려준 강남경찰서 소속 A 경위와 이를 부탁한 B 기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사건이 알려진 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우 수석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해당 사건을 어떻게 인지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이렇게 설명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서 감찰조사를 벌인 뒤,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우 수석과는 관련 없는 사람이 관련 민원을 제기했고, 서면으로도 감찰을 요청해 조사가 시작됐다. 감찰 단계에선 우 수석 관련 차량인 걸 전혀 알지 못했고,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차량 소유주가 누구인지 파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불법 차적 조회 사실이 4건이나 확인돼 비위 사실이 중하니 징계했을 뿐이다.”

그러나 곧 이는 거짓 설명으로 드러났다. 감찰담당관실에서 관련 내용을 인지한 건 ‘민원’ 때문이 아니라 자체 첩보였다. 첩보 내용은 “경찰관 2명이 우 수석 소유 아파트를 방문해 ‘뺑소니 차량을 조사한다’며 탐문활동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우 수석과 관련된 사건인지 전혀 몰랐다”는 건 처음부터 거짓 해명이었던 셈이다.

또, 감찰담당관실에서 우 수석 아파트에 직원을 보내 첩보 내용을 확인했을 때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우 수석과 관련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 수석 처가 쪽 운전기사 겸 차량 관리자였기 때문이다. 우 수석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는 우 수석 아내의 세 자매들이 모여 살고 있다. 경찰은 해당 차량 관리자를 통해 우 수석과 관련된 차량의 번호를 알고, 해당 번호를 대상으로 누가 정보를 조회했는지 역추적했다.

경찰이 거짓으로 해명하며 감찰 배경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경찰이 우 수석 관련 정보가 어디로 흘러나갔는지를 캐내려 첩보를 모아 왔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우 수석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뒷조사하는데 경찰력이 동원됐다는 논란을 낳을 수 있어서다.

감찰 착수 과정에 우 수석 친척의 차량 관리자가 개입된 사실도 석연찮다. 경찰 관계자는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경찰이 색출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경찰이 청와대 눈치를 보고 ‘알아서 긴다’는 의심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A 경위와 B 기자의 불구속 입건 사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SNS를 통해 “우 수석에 대한 풍문을 유포하고 차적조회에 협조해준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가히 LTE급”이라고 비판했다.

거짓 해명으로 의혹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던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관계자는 “특별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 수석 관련 사건임을 알고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히면 혼선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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