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고 웃기는 주식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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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던 주가가 요 며칠새 기가 죽었다.
지난 17일을 정점으로 한풀 꺾인 주가는 슬슬 내림세를 보이더니 1주일만인 24일 마침내 유례없는 대폭락 마저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는 너무 풀린 통화량에 놀란 당국의 급격한 통화환수도 가세하긴 했지만 그날 아침부터 증시주변에 귀엣말로 전해진 경제외적 악성루머의 작용이 결정적이었다.
밑도 끝도 없는 루머를 확인(?)하려는 전화도 많았다.
증시주변에서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는 이 사건의 전말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하룻새 종합 주가지수가 9포인트 이상 빠졌으니 피해자가 없을 수 없다.
그날 이후 재무부 증권담당 공무원들은 사무실은 물론 심지어는 집으로까지 항의차원을 넘어선 협박 전화 때문에 시달려고 있다고 한다.
내용인즉 『증권시장이 무너지고 있는데 정부 당국은 뭣들하고 있느냐』 『무슨 억하심정으로 증시에 찬물을 끼얹느냐』 『당국이 증시를 죽여 놓았으니 책임지고 다시 살려내라』 는 등등….
그러나 당국의 입장은 투자자들의 이 같은 심정과는 사뭇 다른 형편이다.
『주식 값이 오를 때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더니 주가가 떨어진 지금에 와서 손해를 보게 되니까 이러는 것은 투자자의 기본자세가 안돼 있다』 는 것이다.
또 전화질을 해대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이른바 증시의 「큰손」 들이라는 나름대로의 분석 때문에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도 물론 증시의 생리를 모르고 뒤늦게 뛰어든 소액의 투자자들에게는 할말이 없을 것이다.
주변에서 주식투자로 떼돈을 벌고 있는 판에 뛰어 들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동정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양세가 좋아도 주가는 결코 오르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며 수직 상승 뒤에는 반드시 급락이 뒤따른다」는 경고를 새겨듣지 않았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며칠 전 『남편 몰래 그동안 부은 적금을 해약해 5백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는데 이를 어쩌면 좋으냐』는 하소연을 해온 한 가정주부의 전화에 지금도 무슨 대답을 해주어야 할지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춘성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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