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 볼트, 3연속 200m 제패 “내 몸이 늙어 신기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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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남자 200m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직후 트랙에 입맞춤하는 우사인 볼트. [리우 AP=뉴시스]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가 뜨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하늘도 전설의 마지막 레이스를 축하하는 듯했다.

“알리·펠레 같은 위치 되고 싶다”
오늘 400m 계주서도 우승 땐
3개 종목 3연속 금메달 신화

19일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스타디움. 5만 명이 넘는 구름관중은 볼트가 트랙 위를 걸으며 손을 흔들자 “볼트”를 연호했다.

볼트는 리우 올림픽 남자 200m 결승에서 19초7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200m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5일 100m에서 우승했던 볼트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100m와 200m를 세 대회 연속 동시에 석권했다. 볼트는 리우에 도착한 뒤 자신이 보유한 200m 세계신기록(19초19)을 갈아치우며 18초대를 기록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200m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종목이기에 기대가 컸다. 컨디션도 좋았다. 200m 준결선에서는 19초78을 기록했다.

6번 레인에 선 볼트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결승선을 앞두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평소 볼트는 경쟁자를 따돌린 후엔 옆을 돌아보며 카메라를 향해 우승 기념사진을 찍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볼트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진지했다. 그만큼 세계신기록 경신을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볼트는 19초78의 기록으로 골인하면서 올 시즌 최고 기록인 19초89를 0.1초 이상 앞당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결선 시작 20여 분을 앞두고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내리던 비는 볼트의 출전 시간이 임박해 오자 뚝 그쳤다. 그러나 트랙에는 물기가 남아 있어 기록을 수립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이번 기록에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내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난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다. 내 몸도 늙어 가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볼트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200m 3연패(連覇)를 이룬 뒤 트랙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키스를 했다. 관중석으로 달려가 어머니 제니퍼와 포옹을 했고, 자메이카 관중 앞에서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번개 세리머니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볼트는 “난 더 이상 증명할 게 없다”며 “무하마드 알리나 펠레처럼 최고가 되고 싶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내가 그런 위치에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트는 20일 오전 10시35분 열리는 400m 계주 결선에서 올림픽 3연속 3관왕을 노린다. 이 역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리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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