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말 후회하고 뉘우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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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장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샬럿 AP=뉴시스]

“여러분, 열띤 토론 중에 그리고 여러 이슈를 말하다 때로는 올바른 단어를 선택하지 않거나 잘못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죠. 나도 그랬습니다.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지만 난 그걸 뉘우치고(regret)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 아픔을 유발했을 수 있는 발언들을 매우 뉘우치고 있습니다.”

물갈이된 새 선거캠프 첫 작품
대선 D-82 판세 뒤집기 총력전
CNN “24시간 지속될까” 냉소

18일 밤(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장에 선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에 장내는 순간 “오~” 하는 탄성과 웅성거림이 일었다. 지난해 6월 16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14개월 동안 트럼프의 입에서 ‘뉘우친다’거나 ‘후회한다’는 단어가 나온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이내 “트럼프, 트럼프”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의 ‘변신’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준비된 원고였다. 트럼프는 텔레프롬프터(원고표시장치)를 바라보며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힐러리 클린턴에게 크게 뒤처져 있는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 16일 긴급 수혈된 캠프 좌장 스티브 배넌, 선대본부장 켈리앤 콘웨이의 첫 작품이기도 했다. “사과는 없다. 내 스타일대로 끝까지 가겠다”고 했던 트럼프는 대선 82일을 앞두고 큰 전략 수정을 한 셈이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마찬가지로 뉘우침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사과(apologize)’란 직접적 표현 대신 ‘유감’을 뜻하는 단어(regret)를 썼다.

트럼프는 지난해 참전용사 출신 존 매케인(전 공화당 대선 후보) 상원의원에 대해 “매케인이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영웅이라 하는데, 난 붙잡히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비꼰 것을 두고 비난이 일자 “난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는 걸 좋아한다”고 반박했다. 이후 수많은 무슬림 비하 발언, 여성 차별 발언 등에 대해서도 “남들처럼 나도 내가 느낀 걸 솔직히 말한다. 많은 이가 내 말을 좋아한다. 지지율이 오른다”고 맞받아쳐 왔다.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의 발언을 “공화당 후보로 내정된 지 108일 만에 뒤늦게 대선 본선 모드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매체들은 “소수 인종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발언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뉴욕타임스), “트럼프 캠프의 변화가 24시간 정도는 지속될 것 같다”(CNN) 등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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