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비자 면제 없으면 난민협정 파기"…에르도안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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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중앙포토]

터키 정부가 10월부터 터키 국민의 유럽연합(EU) 비자가 면제되지 않으면 난민송환협정을 파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언급을 한 지 1주일 만에 다시 나온 경고다.

메블루트 차부숄루 터키 외교장관은 15일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EU와 계속 협상하고 있지만 전체 협정을 다 적용시키거나 혹은 모두 한쪽으로 치워버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협정에는 10월까지 모든 터키 국민이 비자 면제를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EU에 좋은 것은 다 해주고 터키가 대가로 받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의 배경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터키와 EU는 터키에서 그리스로 간 이주민 중 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을 다시 터키로 송환하는 내용의 난민송환협정을 맺었다. 터키가 이런 부담을 지는 대신 EU는 터키에 ▶60억 유로(7조3500억원)의 재정을 지원하고 ▶EU 가입 논의를 재개하며 ▶터키 국민의 EU 비자를 면제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다만 비자 면제에는 테러방지법 완화 조치 등 조건을 달았는데 이게 지켜지지 않고 있어 당초 6월로 예정된 비자 면제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 등의 테러 위협이 상존한다며 테러방지법을 완화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EU는 에르도안이 이 법을 야당 인사와 언론인 등을 탄압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5일 터키에서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에르도안은 이런 입장을 더 공고히 했고, EU가 에르도안의 숙청 작업을 비판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사형제를 부활시키겠다”는 에르도안의 주장도 EU가 터키에 비자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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