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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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구를 순방중인 전두환 대통령이 영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서독으로 갔다.
전 대통령은 3박4일간 영국에 머무르면서 「엘리자베드」여왕과의 오찬, 「대처」수상과의 정상회담, 영국 실업인 들과의 접촉을 통해 다각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다졌다.
특히 「대처」수상과의 회담에서는 세계정세와 한반도 문제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 「한치의 유보와 이견」도 없었다고 한다.
「대처」수상은 또 우리의 통일방안과 교차승인, 유엔 동시가입 등 우리 정부의 기본방침 실현에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한영간의 시국관 일치는 30여년전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영국의 세계정책과 우리의 통일전략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그로 인해 우리 이승만 정부가 영국에 대해 「일전불사」성명을 냈던 것과 비교할 때 금석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은 냉전체제가 해체되어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약화된 뒤에 도 프랑스 등 다른 서구국가들과는 달리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을 강력히 지원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국제적인 곤경에 처했을 때 영국은 미국과 함께 우리의 입장을 강력히 대변, 옹호해 왔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영국은 68년의 1·21청와대 기습기도에서 근년의 아웅산 사건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도발이 있었을 때 미국 다음으로 적극적으로 우리편에 서 주었던 우방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협력관계는 다른 서구 국, 즉 서독이나 프랑스와 비교할 때 비활성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84년의 경우, 우리와의 왕복 교역량이 서독의 17억2천만 달러에 비해 영국은 15억2천만 달러였고, 교민은 서독 1만6천명, 프랑스의 3천2백명에 비해 영국은 2천3백명이다.
전 대통령의 영국방문이 이같은 불균형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양국 각료들의 개별 회담에서 과학자와 연구기관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양해각서」가 교환되고 오는 90년까지는 양국의 무역규모를 지금의 두 배로 확대키로 한 것은 그런 목표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영국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사의 최선두에서 근대적인 정치제도와 경제방식을 발전시켜온 주역이다.
이 나라는 17세기의 시민혁명, 18세기의 산업혁명을 거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꽃피웠고 좌익(사회주의)과 우익(패시즘)의 위협으로부터 그 제도들을 지켜온 파수꾼이기도 하다.
「대처」수상이 전대통령의 지금까지의 정치발전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노력이 꼭 결실되기를 기대한다고 한 말에 각별한 의미를 느낀다.
우리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제2세기를 맞는 한영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전 대통령의 방영 의미를 승화시키는 길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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