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공포는 바로 우리 주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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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공포는 일상의 공포다. 익숙하게 만나고,사용하던 것들이 갑자기 괴물로 변해버리는 것.

일본 모던 호러의 괴물들은 현대 문명의 이기를 통해 우리의 곁에 동거한다. '링'의 사다코는 비디오 테이프로 저주를 내리고, 전화로 죽음의 예고를 던지고, 마침내 TV 안에서 기어나온다.

'사탄의 인형'의 처키는 그냥 보면 못생긴 인형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쇄 살인범의 사악한 영혼이 들어간 탓에 이 인형은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공포에 휩싸이게 한다. 갑자기 머리맡의 인형이 말을 하고 거기에 부엌칼까지 휘두른다면 태연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면발작증이란 게 있다. 공포나 두려움 등을 피하기 위해 그냥 잠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잠에서만은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이트메어'의 프레디는 꿈에 등장해 우리들을 쫓아다닌다.

잠에서 깨어난다고 끝이 아니다. 그건 또 꿈일 수도 있다. 길다란 쇠손톱으로 우리를 쫓는 프레디는 최악의 괴물이다.

저명한 공포소설가이자 감독인 클라이브 바커가 창조한 '헬레이저'의 핀헤드는 머리에 온통 핀을 꽂은 지옥의 사제다. 고통의 쾌락을 설파하기 위해 우선 자신의 몸으로 실천을 한 끔찍한 형상의 악마. 핀헤드와 동료들은 우리가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순간 바로 육체를 낚아채 가장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고통을 새겨준다.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박사는 박식한 천재이자 다정한 미소를 지닌 정신과의사다. 머리가 나쁜 연쇄살인범이야 도망쳐 다닐 수도 있지만, 이렇게 머리가 좋은 살인마에게서는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카리스마에 한번 매혹되면 그냥 살점을 내어주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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