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낸 친구에게 도주 코치한 경찰관 파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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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캐릭터 청송이. [사진 의정부지법]

음주운전을 한 친구에게 ”그냥 가라“면서 도주를 코치한 현직 경찰관이 파면 위기를 맞았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 성지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차량)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월, 범인도피 죄 등으로 기소된 경찰관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새벽 5시쯤 A씨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자신의 장인이 소유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차량에 친구 B씨, 동승자 C씨(26ㆍ여), 동승자 D씨(26ㆍ여) 등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자정거 펜스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에 C씨와 D씨는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히고, 자전거 펜스에 수리비 18만1000원 상당의 피해를 줬다.

하지만 사고 이후가 더 문제였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B씨는 A씨에게 ”그냥 가라“고 조언했다. 이에 A씨는 사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B씨는 또 차에 동승한 여성 C씨에게 ”내가 경찰이니 시키는대로 하라“면서 ”경찰관에게 동승자는 없었고, 운전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진술하라“고 부탁했다. 이에 C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C씨는 또 B씨의 지시대로 112와 119에 한 신고를 취소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200시간 및 준법운전강의 수강 40시간을,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A씨는 범행의 동기나 정황이 불량하고, B씨는 경찰관이 교통사고 후 도주를 조언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형벌이 너무 가볍다“는 검찰 측과 ”형벌이 너무 무겁고, A에게 도망가라고 한 적이 없다”는 B씨가 각각 항소를 하면서 2심 재판이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동승한 피해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찾아가 “내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고, 경찰에 (교통사고) 신고를 한 것도 내가 시켜서 했다고 말해달라”는 강요를 한 점 등이 감안돼 형량을 늘렸다. 결국 A씨는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8월이 선고되고, B씨는 원심이 그대로 적용됐다.

재판부는 “이 판결이 3심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B씨는 파면된다”고 덧붙였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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