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사고로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잃은 등반가가 스위스 마터호른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17년 전 프랑스 알프스 등반 도중 심각한 동상에 걸려 사지를 절단한 등반가 제이미 앤드류(47)가 지난 4일 스위스 마터호른 등정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산악계에 따르면 사지절단 장애인이 마터호른 정상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다.
앤드류는 가디언과의 전화 통화에서 “등반을 위해 지난 5년간 훈련을 해왔다”며 “힘들었던 시행착오에 비해 등반은 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4일 마터호른 베이스 캠프에서 출발해 13시간 등반 끝에 정상에 올랐다. 의족과 특수제작된 등산 스틱을 사용해 산을 오른 그는 다른 산악인보다 5시간이 더 걸려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터호른 전경
1999년 프랑스의 알프스를 등반하던 중 눈 폭풍에 휩싸여 5일 동안 고립됐던 그는 이 사고로 심각한 동상에 걸려 사지를 절단해야 했다. 당시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던 그는 문득 자신의 장애가 인생에 중요한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의족으로 걷는 것부터 시작해 혼자서 옷을 입고 몸을 씻는 것까지 모든 것이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후 달리기와 수영· 패러글라이딩ㆍ스노보딩 등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했다. 장애를 안겨준 등산에도 다시 도전해 영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벤 네비스(1343m)와 알프스 산맥 최고봉인 몽블랑(4807m)에 올랐다.
끊임없는 도전 중에서도 마터호른 등정은 앤드류의 가장 간절한 꿈이었다. 몽블랑보다 고도는 낮지만 평균경사 45°의 암벽이 피라미드처럼 솟아있어 알프스산맥의 준봉 중 가장 늦은 1865년에 최초 등정이 이뤄졌다. 앤드류가 산에 오른 같은 날 다른 영국인 등반가 2명이 산악 중 실종돼 이틀 후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앤드류는 가파른 절벽을 만나면 스틱이 없는 남은 한 팔로 줄을 지탱해 올라가며 끝내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