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같이 살았는데…숨진 아버지 심하게 부패한 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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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가족이 한 집에서 같이 살았지만 숨진 아버지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채 발견됐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20분쯤 부산 사하구 한 주택의 방에서 이모(65)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씨의 매형이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확인한 이씨의 시신은 매우 부패한 상태였으며, 옆으로 누워 베개를 베고 자는 모습이었다. 외상 등은 전혀 없었다. 방에는 불상이 있고 가재도구 등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검안의는 시신의 부패상태로 미뤄 이씨의 사망일을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로 추정했다.

이씨의 주택은 대문을 지나 2개의 현관문으로 출입할 수 있는 1층짜리 연립주택 형태였다.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구조다. 이 주택의 한쪽에는 이씨와 아들(37)이 방 2곳에서, 주택의 다른 곳에는 이씨의 아내 김모(61)씨와 두 딸(39·35)이 살았다.

가족들은“ 이씨가 평소 술을 많이 마셨고, 술에 취하면 심하게 질책해 서로 접촉을 꺼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이씨 옆방에 기거하던 아들도 심한 당뇨병으로 시력이 약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방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집을 방문했을 때는 수개월째 청소를 하지 않은 듯 집안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있고 악취까지 났다.

숨진 이씨는 딸이 방문 앞에 갖다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씨는 6~7월께부터 “밥을 먹지 않고 126세까지 살 수 있는 기도를 한다”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방에서 두문불출했다.

식사를 갖다준 큰딸은 “그동안 식사를 갖다주면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식사를 하지 않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이씨의 시신은 아내 김씨가 “2~3일 전부터 파리가 들끓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오빠에게 연락했다. 오빠가 집을 방문하면서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이씨는 3년 전까지 사하구 몰운대에서 청소 일을 해왔고 가족들은 이씨가 받는 연금과 바로 옆 2층짜리 주택의 임대료를 받아 생활해왔다. 하지만 임대료를 받는 건물은 심하게 낡고 방치돼 3가구 중 1가구만 살고 있었다. 이씨의 자녀도 모두 무직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가족은 서로 접촉을 꺼렸고 이웃과도 단절된 생활을 해 시신발견이 늦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해 11일 이씨의 시신을 부검하는 한편 이씨 질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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