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동포 3選의원 유리 텐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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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러시아 한인동포(고려인) 중 유일한 하원(두마)의원인 유리 미하일로비치 텐(한국명 정홍식.사진)씨가 위암으로 21일 오전 3시께 별세했다. 52세.

이르쿠츠크주가 지역구인 텐 의원은 하원 내에서 산업.건설.정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하원 의원 그룹인 '국민 의원' 회원이기도 했다. 텐 의원은 또 1996년부터 러시아한인회(현 러시아연방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장)을 맡아 고려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명절 때마다 한민족 고유의 전통 행사를 벌였으며, 러시아 내 고려인들의 삶과 함께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신문 '아리랑'을 발행했다. 올해 초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 대통령 특사(特使) 역할을 자임해 모스크바 주재 남북한 대사관 측과 접촉을 갖기도 했다.

텐 의원은 1909년 조부가 일본 경찰을 구타하고 고향인 경북 안동을 떠나 피신, 정착하는 바람에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이후 혼자 이르쿠츠크로 건너가 금광.건설 분야 사업에서 성공,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후 93년 이르쿠츠크에서 총선에 출마,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95년과 99년에도 연달아 재선됨으로써 소수민족출신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3선 의원의 영예를 얻었다. 그는 올해 12월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오른 후 이르쿠츠크나 사할린 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러시아 하원은 유리 텐 의원 장례위원회를 만들었으며 23일 모스크바에서 장례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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