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주재 특파원 시절 신상옥씨와 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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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은희·신상옥 부부가 빈에서 미 대사관으로 탈출할 때 택시에 동승했던 일본 교오도 (공동) 통신의 「에노끼·아끼라」 (가창·52) 섭외 부장은 이번 사건의 유일한 「증인」으로 뉴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 「지인」으로 지칭된 사람이 「에노끼」씨라는 사실은 동경의 외교 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
「에노끼」씨는 60년대 초 교오도 통신사에 입사, 오랫동안 정치부에서 일하다 70년대 말 외신부로 옮겼다가 4년 동안의 베이루트 특파원·3년 동안의 빈 주재 특파원을 지냈으며 지난해부터 특파원 관리 및 외국인 취재를 전담하는 섭외 부장직을 맡고 있다.
「에노끼」씨는 빈 주재 특파원 시절 유고슬라비아에서 있었던 신상옥씨의 기자 회견에 자주 참석, 신씨와 아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가 빈 주재 특파원으로 근무하기 전에는 신씨와 전혀 안면이 없었다.
신씨가 빈의 교오도 통신 지국에 첫 전화 (10일)를 했을 때 「에노끼」씨는 마침 약 1개월 예정으로 영·불·서독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유력 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 특집을 위해 뮌헨에 있었으며 신·최 부부와 비슷한 시점인 12일 하오 빈에 도착했다.
그는 후임 특파원 「하스미」씨를 통해 11일 신씨가 다시 전화했을 때 자신이 투숙할 호텔 (신씨의 호텔과 같은 인터콘티넨틀 호텔)을 알려줌으로써 신씨와 재회할 수 있었다.
신씨는 13일 낮 「에노끼」씨와 만나 『미국 대사관이 어디 있느냐. 그 근처에서 식사나 하자』고 말해 택시에 동승했다.
신씨는 『내가 감시원을 따돌리기 위해 당신을 만나기로 했다』고 「에노끼」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과 친한 사이가 아닌 것 같은 (「하스미」씨의 말) 「에노끼」씨와의 인터뷰를 구실로 감시원을 쉽게 따돌릴 수 있었을까는 의문이다.
최·신 부부가 「에노끼」를 이용한 것은 그들이 미국이나 한국의 납치가 아닌 스스로의 탈출이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가정해 볼 수도 있다.
또 단순히 「에노끼」씨가 빈의 거리에 밝기 때문에 그의 도움을 받으려 했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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