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간…」사실성 두드러진 수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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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그 동안 우리 TV드라머의 취약점으로 현실감의 결여가 거듭 지적돼왔다. 사실성이 희박한 허무맹랑함이 야기에 이곳 저곳에서 몇번씩 본 낯익은 연기자들이 나와 괜한 말장난이나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우리 TV는 다큐멘터리 드라머에 관심을 높여가면서 비교적 착실하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84년 9월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동토의 왕국』에 이어 MBC는 14∼16일 밤에『북으로 간 여배우』를 연속방영 했다.
『북으로…』는 단역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에게 낮선 연극배우들을 철저하게 기용하고 생생한 북한영화자료필름등을 삽입함으로써 사실성의 효과를 한층 높인 작품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머로서 또 하나의 수작으로 꼽을 수 있다.
해방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40년 역사의 궤적을 비교적 충실하게 엮어 나감으로써 이념과 사상의 도구로 변한 북한예술의 실상을 잘 보여주었다.
무성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등에 대한 고증과 재현도 뛰어나 초창기 한국영화에 대한 향수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드라머도 드라머인만큼 그 작품성과 예술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북한영화 『붉은 꽃』『금강산 처녀』등의 자료필름은 가위 충격적이었으나 월북→북에서의 활동→숙청등에 이르는 문예봉등의 인생역정이 사건전개와 등장인물의 대사위주로 흐른 점은 아쉬웠다.
등장인물들이 겪게 되는 인간적이고 사상적인 고뇌와 갈등이 상황묘사와 연기로 좀 더 보완됐어야 했다.
또 이 드라머는 종전『동토의 왕국』의 연출수법을 너무 그대로 답습,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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