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리의 하락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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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요 선진공업국들의 금리가 잇달아 내림으로써 유가하락·달러약세와 함께 세계 경기회복에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금리 하락추세가 언제까지, 그리고 어느 선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예측하기 어려우나 일각에선 2, 3%의 『역사적인 저금리 시대가 올 것』(일본은행 분석)이라는 예고도 하고있다.
다만 이 시점에서 하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금리하락세가 유가인하로 인해 세계경제의 인플레 우려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별도의 교란요인이 추가되지 않는 한 원유가 하락추세가 세계경제의 기대감을 호전시키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이번의 금리하락은 선진공업국들, 특히 G5의 정책협조가 두드러지고 일부에서는 「협조인하」라는 평가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국제적인 저금리시대의 전개로 간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되는 요인들도 많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각 국의 경제현실이 여전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고 특히 인플레의 잠재요인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인하를 주도한 미·일·서독만 해도 서로 상이한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는 엔 강세와 해외수요의 감퇴로 경기회복에 제동이 걸려있기 때문에 다분히 내수경기 지향적 금리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무역과 통화마찰을 회피하면서 일방 내수경기를 부추기는 통화정책을 써야하는 딜레머에 빠져있다. 일본이 독자적인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반면 달러약세와 무역수지 균형화를 추구하는 미국은 고금리 탈피가 우선 과제이나 인플레와 자본수지의 악화 우려로 신중한 자세를 보여 왔다.
특히 유가와 달러 하락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다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연말께는 금리가 반등할 공산도 없지 않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국제통화조정은 하반기 이후 또 한번의 고비를 맞게되어 완전한 저금리시대의 정착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 같은 국제통화와 금리 조정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정책의 신축성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은 국제금리의 하락이 우리의 외채상환부담을 완화하고 경기와 무역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다른 한편 외채구조의 개선과 단기외채의 전환 등 국제수지 관리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금리의 하락이 우리 수출의 대외 경쟁력에는 저해요인이 되는 점이다. 국내외 금리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국내 금리체제도 신축성 있게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최근의 금융·저축시장의 상황이 시장금리의 지속적 하락을 반영하고 있어 공금리의 인하에 따른 부작용은 크게 우려 안 해도 될 것이다. 국내금리를 너무 경직적으로 운영하면 3저의 복합효과는 그만큼 줄어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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