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되살아난 지하철 안전불감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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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벌써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은 지 5개월이 흘렀다. 사소하게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이 대형 사고로 번지는 모습이 워낙 충격적이어서였을까.

대구 참사 이후 서울 지하철에서도 시민의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배려를 볼 수 있었다. 지하철역 곳곳에서 경찰들을 볼 수 있었고, 열차 내 화재 발생시 행동요령에 대한 안내판과 방송도 흔히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조치들은 모두 대구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반짝행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지하철을 타보면 대구 참사 이전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돌아가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배치돼 있는 공익근무요원들도 딴청을 피우기 일쑤다. 각종 안전교육용 포스터들도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방송도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이럴진대 사고 직후 정부가 쏟아냈던 전동차 내부 구성물의 불연성 내장제로의 완전교체, 안전운행을 위한 제도 개발 등의 약속들이 잘 지켜지고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이런 상태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크고 작은 지하철 안전사고 소식은 승객들을 한없이 불안하게 한다. 요즘 지하철을 타고 있으면 "왜 우리 사회는 그렇게 혼이 나고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라는 한심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유성진.서울 양천구 신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