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盧대통령 '대선자금 공개'-"조사가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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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은 투명하게 정치자금을 공개하고 떳떳하게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아보자는 취지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원론적인 찬성에 앞서 선행돼야 할 전제가 있다.

우선 민주당 대표가 굿모닝시티 측에서 받은 돈이 대선자금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법적인 조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 또 지난해 대선에서 후보자로 나선 현직 대통령으로서 굿모닝시티 사태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3천여명의 돈 일부를 민주당이 받은 것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盧대통령은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주장했으나 이 모금액은 4억여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재벌의 돈과 사기 분양업체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집권당 대표의 검찰조사 거부에 대해 사과나 해명 한마디 없이 야당과 함께 공개하자는 대통령의 제안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셋째, 이번 사태는 검찰과 선관위가 위법사항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법적인 문제다. 여야 간의 정치적 합의나 타협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법을 말하고 정치자금법 개정을 말하기에 앞서 본인이 속한 정당의 대선자금 모금의 불법성을 누가 조사하거나 물어보기 전에 공개해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주도록 간절히 바란다.

원희룡 한나라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