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하다 쓰러져 숨진 4살 여아…경찰, 어머니 학대 가능성 조사 중

중앙일보

입력

 
양치질을 하다 갑자기 쓰러져 숨진 4살 여자아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어머니에 의한 학대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4일 "숨진 A양(4)이 평소 어머니 B씨(27)에게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양의 아버지C씨(32)와 A양을 잠시 돌봤던 보육원에서 "전에는 아이의 몸에 상처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2012년 부모가 이혼하면서 C씨에게 맡겨졌다. C씨는 자신의 부모와 A양을 함께 양육하다가 집안 사정 등 개인적인 이유로 지난 4월 인천의 한 보육원에 A양을 잠시 맡겼다. B씨는 지난 6월 중순 보육원에서 A양을 데려와 친구인 D씨(27)와 셋이 함께 생활해 왔다. A양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양육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와 보육원은 '우리가 데리고 있을 당시엔 이런 상처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B씨가 아이를 학대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 2일 오후 1시30분쯤 인천시 남구 주안동의 한 다세대 주택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던 중 쓰러졌다.

당시 B씨는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아이가 양치질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양의 몸에서 생긴지 2~3일 정도 된 것으로 보이는 멍 자국이 발견했다. 발목 주변 3~4곳에서도 상처 흔적이 있었다.

A양이 이송됐던 병원 관계자는 "담뱃불로 지진 상처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A양이 햄버거를 먹은 뒤 양치질을 하다가 쓰러져 구토를 했는데 기도가 막히지 않은 점도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은 "A양의 사인을 알 수 없다"면서도 "머리에서 뇌출혈 흔적이 발견됐고 멍 자국은 폭력 등 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망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B씨는 "딸이 말을 듣지 않으면 훈계 차원에서 때리긴 했지만 학대하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B씨와 D씨, D씨의 남자 친구 등을 불러 학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발목의 상처가 '담뱃불로 인한 상처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며 "A양에 대한 정확한 사인과 상처 원인은 정밀 감정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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