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안세희 총장 졸업식 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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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제 졸업생 여러분에게는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으로 자신의 인생관을 정립하고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자립과 자주의 새 생애가 시작됩니다. 이 새 생애는 결코 격리와 소외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도전과 창조의 기회요, 자아실현을 위한 끝없는 가능성의 세계인 것입니다. 거기에는 책임감이 수반되고 때로는 좌절과 고난이 없지 아니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히 고귀한 경험임에 틀림이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비로소 우리는 하나의 성숙한 인간으로 자각되고 동시에 우리는 결코 고독한 개인의 존재가 아니고 하느님이 함께 하시며, 또 수많은 사람들과 동행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될것입니다.
진리는 참된 도리와 이치를 찾는 지혜이고, 자유는 진리와 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의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이러한 지혜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도처에 존재하여 활력소가 되어주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말하면 연세의 정신을 구현할 사람들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바로 그런 곳에가서 그 정신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서 결실을 보게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인생에 대한 철저한 가치정립과 자기성찰입니다.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학식이나 학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인격이나 덕성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졸업식에서 수여되는 학사나 석사나 박사의 학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분이 지금까지 함양하여 이제부터 발휘해 나가는 인간성, 그것이 필경 한 인간평가의 궁극적인 표준이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 인생의 평가는 어느 한 시기의 성취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고 전생애를 통한 행위와 업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생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의 삶을 보다 깊고 넓게 영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목전의 이해관계에 우리 인생의 가치를 저버릴수는 없을 것입니다. 원대한 이상에 가슴을 불태우는 자만이 역사를 이끌어가고 문화를 창조해 나갈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록 당장 실현되지 아니하더라도 반드시 후대에 귀감으로 남아 뒤따라 오는 세대를 인도해 나아갈 것입니다.
실로 인간의 가치는 그가 종사하는 직종이나 도달한 직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직종에 종사하게 된 동기와 그 직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이는 도달된 목표가 동기와 과정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행위의 동기가 이웃이나 사회나 나라나 인류를 위하는 것이 못되고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 성취는 값진 것이 못됩니다. 목표에 도달한 과정이 정의롭지 못하면서 이룩한 것이라면 차라리 아니한 것만 못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그어느때 보다도 사랑과 봉사, 그리고 희생의 실천자들을 갈망하고 있으며 진리와 자유의 지성인들을 찾고 있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파송되는 졸업생 여러분, 소명의식을 갖고 앞을 향해 전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헤치고 지나간 자리마다 새로운 역사의 지표가 세워지게 되며 우리의 미래는 그것으로 인하여 더 빛나고 희망찬 시대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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