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번이 검찰 개혁의 마지막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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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진경준 검사장이 9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어제 구속기소됐다. 68년 검찰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는 하나 국민들 마음엔 그다지 놀라울 것도 못 된다. 이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각종 의혹으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데다 앞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또한 세금 탈루 혐의만으로 기소됐지만 몰래 변론 등 전관예우로 수백억원대의 사건 수임료를 벌어들였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 까닭이다.

검찰의 비리와 일탈은 고위 간부들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스폰서 검사, 성접대 검사, 벤츠 여검사, 떡값 검사 등 신문 지면을 장식한 제목만 떠올려도 검찰의 비리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저질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때마다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이 자기 식구를 비호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언론이 더 큰 비리를 밝혀내야 마지못해 수사에 나서는 구태를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이 터진 후 거짓 소명을 수차례 거듭했고, 검찰 역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였으나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할 수 없이 그를 구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공조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처럼 다른 기관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권력인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검찰은 뒤늦게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검찰 제도 전반과 조직문화, 의식 변화 등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검찰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슷한 소리를 들어 온 국민들 귀에는 그다지 믿음직하게 들리지 않는다. 검찰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쇄신에 나서 신뢰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만다면 공수처 신설과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손질 등 외부 압력의 거센 파도 앞에 맨몸으로 던져지는 상황을 부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