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10억엔' 용도 알아야 준다?

중앙일보

입력

위안부 피해에 대해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한 일본 정부가 자신들이 내놓는 예산의 사용처를 명확히 밝혀 달라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피해재단' 출연금 '배상금'으로 인식될까 우려하는 듯

지난 해 12월 28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합의한 뒤 7개월이 지났지만 일본은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을 아직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외교 소식통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일본은 출연하기에 앞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재단명 '화해ㆍ치유재단')이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출연금을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용으로만 사용할 경우 출연금의 성격이 '위안부 배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피해 할머니를 지원하는 것 외에 한국인 유학생들의 장학사업에 사용하자는 뜻을 우리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해 말 합의 때에도 출연금의 성격에 대해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국인 유학생 장학사업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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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평화의 소녀상` 사진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89)가 쓴 손글씨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린 서울시청 앞 서울도서관.

이에 대해 양국은 3차례 국장급 회의를 갖고 용도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때문에 28일 출범하는 화해ㆍ치유재단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당분간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의 출연 시기는 늦어도 다음달 중 이뤄질 것으로 외교가는 전망하고 있다. 다음 달 말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담이 예정돼 있어서다.

한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임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새로 출범하는 화해ㆍ치유재단과 별도로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정의기억재단'을 설립했다. 정대협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해왔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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