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석유파동은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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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초부터 폭락을 거듭해온 국제 원유가는 산유국들간의 유가안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채 계속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유가폭락에 대해 석유전문가들 중에는 이미 제3의 석유파동을 예견하고 있음은 그게 주목된다.
기름파동에 언제나 취약한 체질의 우리로서는 이 같은 전문가들의 예측이 하나의 경고와 우려에 지나지 않더라도 깊은 관심과 면밀하고 장기적인 대비에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은 당면한 국내유가문제 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과제일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제는 주무관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우므로 소관에 얽매이지 말고 광범한 전문가팀을 만들어 중장기 전망과 국내적 대응전략을 구상해야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제3의 우유피동이 닥칠 경우 그 방향은 어느 쪽으로 어떻게 진전. 확산될 것이며, 그 경우 세계시장의 수급은 어떻게 달라지고 우리는 어떻게 시장에 접근하고 물량을 확보할 것인지, 그 결과로 국제수지에는 어떤 부담을 안게되고 그것을 해결하는 길은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한다.
우리의 더욱 큰 관심은 이 같은 석유파동이 국제통화와 유동성, 그리고 세계무역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GNP의 절반이 넘는 외채와 연간 70억 달러 이상의 원리금을 상환해야하는 처지에서 국제금융의 불안이 우리의 외채관리에 미칠 영향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작금의 유가폭락을 일시적 수입부담 완화만 보고 낙관하기에는 안팎의 제반 여건이 너무 어려운 상황임을 알아야한다.
이번 유가파동의 초점은 현물시장의 가격이 어느 선까지 떨어지느냐의 문제보다도 OPEC와 비OPEC 산유국들간에 과연 생산량의 조정에 관한 합의가 가능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이미 OPEC는 산유 안정을 외해 회원국들만 감산하지는 않을 뜻을 분명히 밝혔고 가격보다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지켜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4일 빈에서 열린 OPEC특별위원회도 유가전쟁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산유량을 오히려 늘릴 것을 건의했다.
OPEC는 이미 기존 산유 쿼터인 하루 1천6백만 배럴을 훨씬 넘게 생산하고 있음을 고려할때 OPEC의 자체감산이 쉽게 가능하리라는 전망은 희박하다. 그것이 이루어질 유일한 가능성은 비OPEC 산유국들과의 합의뿐이다.
이점에서 보면 아직도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영국. 노르웨이. 멕시코와 베네쉘라 등이 계속 가격을 내리고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이들도 조만간 가격인하의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OPEC와의 협상이 불가피해지고 적정한 수준에서 산유량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같은 합의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석유파동의 가능성은 높아질 뿐이다.
우리로서는 계속 석유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는 한편 국내유가는 신속히 조정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보다 싸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길을 계속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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