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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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엔화의 대 달러 환율이 드디어 1백90엔을 깨고 계속 강세를 보임으로써 이른바 엔고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엔 강세는 달러 당 2백엔 선을 예견했던 당초 전망을 뛰어넘는 것으로 크게 주목된다. 엔 강세의 파장이 세계경제의 구석구석까지 광범하게 퍼져가고 있는 시점이므로 업계는 물론 정부나 연구기관 전문가들의 보다 면밀한 관찰과 탄력 있는 대응이 더욱 긴요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엔 강세가 우리경제의 경쟁력 쇄신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실제로 지난1월 한달만해도 수출실적이 22억5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7%가 늘어나 80년대 이후 최고의 기록을 세운 것으로 잠정집계 되었다. 이 같은 수출회복이 엔 강세의 영향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수출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수출신장률이 높은 지역들이 동남아·유럽·중동 등 일본과의 경합이심한 지역인 점을 볼 때 엔 강세의 이점이 가세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가 대미환율을 보수적으로 유지하면서 엔화 등 강세통화는 실세를 반영해갈 경우 수출은 2·4%의 단가상승과 4%의 물량증가가 가능하여 연간 17억 달러 정도의 수출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 한국개발연구원도 엔화가 달러 당 2백엔 선에서 유지될 경우 단가상승 2·7%, 물량증가 2·3%로 명목수출증가는 연간 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두 연구기관의 전망이 모두 2백엔 전후의 엔 강세를 전제하고 있으나 지금의 엔 등세로 미루어 볼 때 당분간은 계속 달러가 더 떨어질 전망조차 없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국제통화의 조정이 어느 선까지 진전되어 균형점에 이를 것인가, 아니면 균형화보다는 불안정한 파동의 지속이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불가측의 요인들이 남아있으나 G5의 통화회담이 앞으로도 진전될 것이라는 전제라면 현재의 엔 시세보다 더 높은 균형점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 경우 엔·달러의 변화는 단순한 수출의 여건으로서가 아니라 광범한 국내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조건이 된다. 무엇보다도 엔 강세가 수출증대요인뿐 아니라 수입부담을 함께 늘리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이미 각계에서 지적한대로 현재의 가공형 산업구조와 소재·부품등 기초산업의 부비를 그대로 두고서는 엔 강세 시대에 적응하기 어렵다.
대일무역 역조의 뿌리가 되어온 부품·소재와 자본재의 대일 의존을 탈피하는 장기적 구상이 마련되고 실천돼야할 때다. 이 점에서는 정부도 이미 부품산업육성책을 비롯해서 다각적인 구상을 하고있으나 보다 긴밀한 기업계와 유관부서들 간의 협의를 거쳐 모든 분야를망라한 장기구상이 짜여져야 할 것이다. 지금의 국제통화조정은 대외여건이 아니라 대내적 산업조정의 계기가 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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