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 60㎞, 노면엔 70㎞…제한속도 표시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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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친척을 만나기 위해 광주광역시를 찾은 박모(55·경기 성남시)씨는 빛고을대로 계수4거리 쪽에서 첨단2지구 방향으로 운전하던 중 가슴 철렁한 경험을 했다. 도로 바닥에 적힌 제한속도인 시속 90㎞로 달리던 중 과속단속 카메라 옆 표지판에 숫자 ‘80’이 나타나자 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박씨가 운전 중 갑자기 차량 속도를 줄이자 뒤따라오던 차량 2대가 경적을 울리며 항의했다. 박씨는 “도로 바닥과 과속카메라에 적힌 제한속도 숫자가 서로 다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로의 끝 지점까지 제한속도가 제각각인 상황은 계속해서 반복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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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속도가 시속 60㎞로 바뀌었는데도 노면 표시는 기존 70㎞로 남아있는 도로.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도로나 표지판 등 시설물에 따라 다른 곳이 많아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도로별 제한속도는 차량의 급제동이나 운행 속도 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광주 빛고을·상무대로 35곳 불일치
일부구간 제한 속도 변경하며 교체
노면 표시 정비 늦어지면서 혼란

26일 광주지방경찰청과 광주시에 따르면 빛고을대로와 상무대로의 35곳이 도로 노면과 교통 표지판의 제한속도 숫자가 서로 다르다. 최근 해당 구간의 제한 속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통표지판을 설치한 것과는 달리 바닥의 숫자는 바꾸지 않아서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들 도로 중 일부 구간의 제한 속도를 바꿨다. 해당 구간의 제한속도는 빛고을대로의 경우 시속 90㎞에서 80㎞로, 상무대로의 경우 70㎞에서 60㎞로 변경했다. 다만, 운전자들의 적응 시간을 고려해 과속 단속 카메라 등을 통한 실제 단속은 9월 1일부터 하기로 했다.

경찰과 광주시는 해당 도로의 제한 속도가 바뀐 것을 알리기 위해 교통 표지판 등 시설물 교체에 들어갔다. 일부 구간에는 안내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문제는 표지판 교체 후 한 달 가까이 도로 노면에 표시된 숫자는 그대로 방치하면서 발생했다. 빛고을대로와 상무대로의 해당 구간 노면에는 여전히 ‘90’이나 ‘70’ 등 기존 제한속도가 표시돼 있다. 실제 과속 단속 속도보다 10㎞를 초과한 수치다.

이같은 현상은 제한속도 조정을 앞두고 지난 5월 경찰의 협조요청 공문을 받은 광주시가 표지판 공사만 하고 도로쪽 공사는 하지 않으면서 빚어졌다.

피해는 운전자들이 보고 있다. 한 도로를 운전하는데 표지판의 숫자는 60㎞, 도로 바닥의 숫자는 70㎞인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존 제한속도인 시속 70㎞ 구간으로 안내를 하는 차량 내비게이션까지 맞물릴 경우 혼란은 더욱 커진다.

빛고을대로와 상무대로는 타지에서 광주시내로 진입하려는 차량의 통행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 혼잡 도로다. 외지에서 광주로 진입하거나 지역 최대 번화가인 상무지구를 오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도로라는 점에서 조속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장마철이 겹치면서 도로 노면 표시에 대한 수정작업을 제때 하지 못해 혼란이 발생했다”며 “실제 단속이 9월 1일부터 이뤄지는 만큼 이달 중에 도로 표시에 대한 정비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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