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헌혈증 이용조건 너무 까다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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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아버지께서 수혈받으실 일이 생겼다. 헌혈증을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평소 모아두었던 현혈증을 챙겨 병원에 갔다.

아버지는 1천6백㎖ 정도를 수혈받았다. 나는 헌혈 양에 따라 수혈받을 수 있는 양이 3백20㎖.4백㎖.5백㎖로 제각각인 헌혈증들을 조합해 모두 1천6백20㎖어치를 만들어 병원 원무과에 건넸다.

하지만 병원에선 내가 주는 헌혈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께서 맞으신 혈액은 4백㎖짜리만 네 봉지였기 때문에 헌혈증도 4백㎖짜리 헌혈증으로만 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병원 직원은 "그렇지 않을 경우 돈으로 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다행히 아버지께선 수혈을 많이 받지 않으셨기에 비용이 그다지 많이 들진 않았지만 헌혈증을 가려서 받는 제도는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헌혈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할 것인지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한다. 그리고 수혈받게 될 때도 자신이 가진 헌혈증을 미리 조사해 보고 "○○㎖짜리 한 봉지와 ××㎖짜리 두 봉지로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헌혈과 수혈에서 서로 같은 단위의 헌혈증만 통용시킨다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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