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천 제2한민고 설립 무산…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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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추진하던 제2한민고 설립이 무산됐다고 국방부 당국자가 26일 말했다. 한민고는 전ㆍ출입이 잦은 군인들의 자녀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가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시에 설립한 기숙형 고등학교다. 그러나 사립학교로 설립한 탓에 정부(국방부)의 재정지원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의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 파주의 한민고에 대한 국방부의 재정적 지원은 물론 경북 영천지역에 설립하려던 제2한민고의 설립계획도 제동이 걸렸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민고는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가 재정을 분담해 설립했다”며 “이에 따라 군자녀를 70%, 해당 지방자치단체(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민의 자녀 30%를 선발해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민고에 대한 관심과 만족도가 높아 영천지역에 제2한민고를 비롯해 장기적으로 전국에 7개 안팎으로 한민고등학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하지만 사립학교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게 문제라는 지적에 따라 계획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같은 내용을 최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한다.

1기생이 올해 3학년인 한민고는 학교 안에서 핸드폰 사용을 불허하고, 과외와 학원 수강등을 허용치 않고 있다. 대신 최신식 설비와 우수한 교원을 확보해 학교안에서 보충수업등을 통해 사교육을 없앴다. 특히 사관학교식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함양과 학업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며 인기를 얻어 지난해 입학시험의 평균(일반전형 기준)이 200점 만점에 197점대에 이를 정도로 우수학생들이 몰렸다.

국방부 당국자는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경기도내 고등학교 중 최고 수준”이라며 “파주의 공부벌레라고 불릴 만큼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하다보니 성적이 더욱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학교에는 중학교때 내신 1등급을 유지하던 수재들만 모이고 있다. 이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부담스러워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같은 인기몰이에 국방부는 3년전부터 영천지역에 제2 한민고 개교를 준비해 왔다. 국방부와 영천시 등이 학교 건설비용 560억원을 분담키로 했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며 학교 설립에 관심을 보이며 함께 추진해 왔던 영천시에도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밀양 국제공항, 경북 성주에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설치 추진에 이어 영천 제2한민고 설립이 무산되면서 정부에 대한 경북 지역 주민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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