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연구진 ‘뇌’ 확대 성공…고해상도 뇌지도 길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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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 연구진이 생쥐의 뇌를 4배 이상 크고 투명하게 만들어 뇌 속에 있는 작은 신경회로를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광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과 박정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신경외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쥐의 뇌에 하이드로겔을 넣어 신경세포를 고정시킨 뒤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25일자(현지시간)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하이드로겔은 투명하고 물렁거리는 물질로 마스크팩 등을 만들 때 이용된다. 정 교수는 2013년 이미 쥐의 뇌에 하이드로겔을 넣어 뇌를 투명하게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뇌가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빛을 반사하는 불투명한 지방 때문이다. 뇌 속에 하이드로겔을 넣은 뒤 전기를 흘려 보내면 단백질과 신경망, DNA 등은 그물 구조에 고정되고 지방만 빠져나간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투명 뇌를 4배 정도 부풀리는 데 성공했다. 뇌에 하이드로겔을 주입할 때 농도를 높여 투명 뇌의 크기가 커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뇌 속 단백질이나 세포 안의 미세구조, 세포 간 연결망까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신경세포의 연결을 보기 위해서는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했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로 뇌 속의 작은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어 뇌지도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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