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조지 클루니 감독 '컨페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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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션'은 무엇보다 배우 조지 클루니의 꽤 성공적인 감독 데뷔작으로 자리매김된다.

올 초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으며 주연 샘 록웰은 인상 깊은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탔다. 인터넷 영화 정보 사이트인 IMDb도 7.2점(10점 만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매겼다.

클루니는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레퀴엠''배트맨5'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등 감독 후보에 오른 할리우드의 내로라 하는 '젊은 피'들을 물리치고 연출자로서 화려한 신고를 했다.

이 영화는 1984년 출간된 척 배리스라는 남자의 자서전인 '위험한 마음의 고백'을 원작으로 했다. 척 배리스는 ABC의 인기 프로인 '공 쇼''데이트 게임'등을 만들고 사회를 본 실존 인물이다.

우리로 치면 '공 쇼'는 '전국노래자랑', '데이트 게임'은 '사랑의 스튜디오'쯤 되겠다. 전성기에는 그의 쇼가 한 주에 27시간이나 차지할 만큼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낮에는 방송국 프로듀서로, 밤에는 33명을 죽인 CIA 암살요원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한다. 화려한 쇼 세계를 휘젓고 다니던 그가 밤에는 암살자로 암약을 했다니? 그러나 흥미로운 건 자서전의 부제가 '공인되지 않은 기록'이듯 그의 야누스 같은 삶이 사실이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의 멋들어진 이중 생활에 홀린 듯 빠져들다가도 문득 정신분열증 환자의 망상에 놀아나는 건 아닌지 싶은 의혹, 이것이 '컨페션'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화려하지만 공허한 낮과 어둡지만 짜릿한 밤을 보내던 척(샘 록웰). 여자를 꼬시며 시시껄렁한 쇼를 만들며 인생을 마치 한 판 쇼처럼 살던 이 남자도 그러한 삶이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마련인 공허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낮'을 상징하는 귀여운 여인 페니(드류 배리모어)와 '밤'을 대표하는 정체불명의 CIA 요원 패트리셔(줄리아 로버츠)도 결국 그에게 구원이 되지 못한다. 그는 호텔 방에 칩거해 자신의 이중적 삶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 군단이 총출동한 것만으로 구미가 당긴다. '오션스 일레븐'을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가 제작을, '존 말코비치 되기'의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담당했다.

드류 배리모어.줄리아 로버츠.조지 클루니라는 호화 배역진에 카메오(유명인의 깜짝 출연)마저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이 등장했다. 냉전 시대 미국 사회의 이중적인 분위기가 때론 낭만적으로, 때론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된 수작이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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