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부품의 국산화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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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공부가 수입 전자부품의 국산화를 지원키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국산화를 앞당겨야할 부문이 전자부품 뿐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산업부문을 두루 살펴서 국산화를 재촉해야 할 전략부문을 선정하고 단계적으로 적극 실천하는 중기계획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수입대체와 국산화 계획은 경제개발계획에서 언제나 중시되어온 정책목표의 하나였지만 지금 새삼 이 문제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다름 아닌 국제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전자공업의 경우 해마다 20억달러가 넘는 전자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해오고 있고 해마다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근년에는 전자산업이 수출의 최대 전략부문으로 부각되면서 이 같은 부품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4·4분기이후 달러약세와 엔 강세가 가속되면서 이 같은 부품수입의 증가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우려할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전자공업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만한 바탕을 갖고 있으나 최대의 난관은 역시 기술축적문제가 되고 있다. 그간의 많은 노력과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자공업의 기술수준은 일부 첨단산업부문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개발해야할 여지가 많다.
그래서 기술경쟁력 보다는 여전히 가격경쟁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이 낮은 채산성과 가득률, 과도한 부품수입의존을 낳고있다. 특히 엔 강세가 현저해진 이후 이 같은 전자부품의 대일 의존이 심각한 국제수지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높아진 점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전자부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입자본재의 70% 이상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금과 같은 부품과 자본재의 대일 수입의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엔 상승과 달러약세로 인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이점은 대일 수입부담 증가에 따른 손실에 훨씬 못 미칠 수 있다.
엔 강세가 당분간은 하나의 추세로 정착될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할 과제는 일시적인 시장경쟁력의 확충이 아니라 국내산업구조의 질적 개선과 대일 의존의 축소가 될 것이다.
이를 의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산화와 수입대체를 실현할 구체적 종합구상이 마련돼야 한다. 전자산업을 포함한 부품과 소재산업의 구축은 상응하는 기술축적을 필요로 하므로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가 긴밀하게 협의하여 전략적 가치가 높고 수입대체의 경제적 효율이 높은 부품과 소재부터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적극책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이 문제는 양의 문제이기 전에 질적인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기계류를 중심으로 한 자본재는 기술측면도 물론 중요하나 그보다는 구매조건과 금융의 문제가 더 관건이 되는 수가 많다. 국산설비 생산업체의 육성 못지 않게 설비수요자를 위한 금융조건의 개선에도 충분한 정책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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