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손 맞잡은 오바마 "우리는 갈라져 있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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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댈러스 참사 추모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1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피격 사망 경찰 추모식에서 손을 맞잡았다. 추모식에서 합창대가 “영광 영광 할렐루야”라며 ‘공화국 찬가’를 부를 때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부시 전 대통령 내외의 손은 서로 연결됐다. 맞잡은 손은 오바마 부부에서 부시 부부로, 그 옆의 조 바이든 부통령 부부로 이어졌다. 노래가 끝날 때 오바마 대통령도, 부시 전 대통령도 약속이나 한 듯 잡고 있던 손을 동시에 번쩍 들어 올렸다. 추모식장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추모식은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함께 입장하며 시작됐다. 연단에 앉은 전·현직 대통령 부부의 표정은 숙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먼저 연설을 위해 앞으로 나섰을 때 오바마 부부는 일어서며 예를 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총격을 받고 숨진 경찰 5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우리는 슬픔에 강타당했고 가슴은 찢어진다”고 말했다.

추모식장엔 숨진 경찰들을 기리는 5개의 빈 자리가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논쟁은 너무 쉽게 증오로 변하고 다툼은 너무 빨리 인간성을 잃게 한다”며 “우리는 너무나 자주 최악의 사례를 가지고 타인을 판단하고 스스로에 대해선 가장 좋았던 선의를 놓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는 피와 출신 배경으로 해서 하나가 됐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우리는 같은 생각으로 맺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있으며 너무나 많은 추모식에 나섰고 어처구니없는 폭력에 희생당한 이들의 가족을 너무나 많이 껴안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나는 절망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큼 갈라져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식”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는 형제이자 자매”라고 했다.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에 죽고 흑인 참전 군인이 백인 경찰 5명을 저격 살해하며 번진 흑백 갈등을 치유하고 미국을 통합시키기 위해 진보적인 오바마 대통령과 보수적인 부시 전 대통령이 함께 나선 날이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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