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고오베 남북 메달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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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 축구결승서 만나자」-
낮 최고기온이 연일33도를 웃도는 일본고오베(신호)의 85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8월24∼9월4일)는 남·북한의 숨가쁜 대결로 무더위를 가열시키고 있었다.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이후 3년 하계유니버시아드사상 처음인 본격 남북대결에 전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 것도 당연했다.
한국은 9개종목 1백52명, 북한은 7개종목 1백38명으로 양쪽 모두 대규모선수단이었다. 참가종목중 육상·체조·수영·축구·농구(남자) 유도 등 6개종목은 남북대결이 불가피했다.
개막을 이틀 앞두고 킥오프된 축구는 남북한이 승승장구, 각각 A조와 B조의 수위로 8강전에 올랐다. 이같은 추세라면 결승에서의 남북한 축구대결은 불가피한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박종환 사단의 88팀은 뜻밖에도 준준결승에서 우루과이에 발목을 잡히고 밀았다. 승부차기 4-2패배. 우루과이는 예선리그에서 북한에 2-0으로 패했던 팀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사실 대회초반 한국선수단은 상당히 느긋한 편이었다. 유도에서 하형주(95kg급) 에 이어 조형수(78kg급) 윤용발(65kg급)이 차례로 금메달을 안겨줘 남북의 금메달레이스에서 3-2로 앞섰기 때문이었다.
또 체조를 제외한 남북대결에서 한국이 모두 우의를 지켰고 남자배구도 메달을 향해 순항을 하고 있었으므로 남북대결에서의 승리는 눈앞에 보이는듯 했다.
그런데 대회 막판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축구와 배구가 허무하게 무너진 반면 북한축구는 영국(3-0)과 일본(1-0)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서 우루과이와 재대결, 1-0으로 승리를 거둬 금메달 1개를 추가했다.
결국 금메달레이스에서는 3-3으로 비겼으나 은메달에서 차이 (한국0, 북한3개)가 나는 바람에 종합순위에서 북한은 9위, 한국은12위로 결판이 나고 말았다.
초반에 웃고 막판에 운셈이다. 한국선수단은 「그래도 목표는 달성했다」는 자위를 하며 패배를 되씹었다.
한편 세계대회 첫메달인 육상 2백m의 장재근과 체조 한충식의 동메달은 도약을 향한 밑거름이될 귀중한 전과임에 틀림없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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