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개선, 원유수입 준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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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들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숫자상 크게 나아지기는 했지만 구조적으로 개선되느냐에는 의문이 많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홍콩·싱가포르등 동남아경쟁국들도 저조한 경제성장에도 불구, 올들어 무역수지가 모두 나아졌는데 이는 순전히 내수경기가 나쁜데다 보호무역등으로 수출이 감소, 이에따라 수입도 덩달아 크게 줄었기 때문에 이뤄진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까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국제수지기준)는 2억7천2백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냄으로써 작년같은 기간의 13억8천4백만달러에 비하면 크게 나아진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같은기간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1%준데비해 수입은 5.8%나 줄어들어 이뤄진것이다.
또 우리의 수입물품중 큰몫을 차지하고 있는 원유·곡물등 10대원자재 수입같은것은 국내비축물량을 줄임으로써 의도적으로 이뤄진 부문도 적지않다.
예컨대 원유의 경우 비축물량을 10일분 줄였는데 이것만해도 연간1억5천만달러 남짓한 수입감소효과가 있다.
수입이 줄어 무역수지가 개선되기는 요즘 경기부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동남아 각국도 마찬가지다.
한은에 따르면 올들어 1∼9월중 대만은 78억달러의 무역수지혹자를 냈는데 이는 수출(전년동기비 0.5%감소)보다 수입이 크게 줄었기(8%감소) 때문이고 훙콩은 작년에 약2억5천만달러의 적자에서 올9월까지는 6억달러의 흑자로 반전했다.
또 같은기간중 싱가포르도 25억4천만달러의 무역수지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작년한해 45억7천만달러 적자를 낸데 비하면 나아진 셈. 이것도 물론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이른바 아시아 4인방은 무역수지가 나아지는것이 체질개선이 아닌 경기침체에서 얻어진것이라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입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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