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강습 "일본색이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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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업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주부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각종 공예교실이 일본색 일색에 재료까지 외국에서 수입해 쓰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예강좌는 스테인드 글라스, 가죽공예·빵꽃 공예·종이 인형·데쿠파즈·등공예·지점토공예·크리스틀 플라워·박공예등. 이중 박공예를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이들 공예교실은 대체적으로 3개월 과정으로 돼 있으며 한달 수강료는 1만5천∼2만원선. 그러나 이에 따른 재료 개발이 국내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일부 강사들의 「재료장사」까지 겹쳐 수입 재료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 수강생들로부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불평을 사고 있다.
표면이 주름처리된 특수 종이를 사용하는 종이 인형은 국내에서 재료가 생산되지 못하는 대표적인 예. 종이를 점토처럼 만들어 갖가지 모형을 만들어 내는 지점토공예도 금년 3월 국산 재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써야했다.
등공예도 마찬가지. 질기면서도 유연성이 좋고 굵기도 다양하게 뽑을 수 있는 야자과의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콩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등은 부적합해 필리핀 등지에서 거의 전량을 수입하는 형편이다.
국산 재료가 개발된 경우라해도 강습소에선 잘 안쓴다. 공예강사들은 그 이유를 『질이 낮기 때문』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나 기초 수강생들에게까지 굳이 값비싼 외제를 쓰게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는 의문이 많다.
데쿠파즈(그림등을 오려붙이고 그 위에 칠을 해서 장식하는 것)를 배운 김보경씨(31)는 『국산재료는 2만∼3만원이면 되는데도 20만원씩 하는「오리지널」을 강사들이 권유한다』고 말했다. 공예강사들은 수강생들에게 필요한 재료를 직접 구입, 나눠주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이 될수밖에 없는 실정.
공예가 윤희씨는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만 급급, 외국에서 간단한 테크닉만 익혀 들여온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우리의 재료를 살려 만들어 내는 창작공예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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