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연재 『조선통신사…』중 박성수교수의 「부첨별문」을 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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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앙일보의 특별기획연재「조선통신사의 길을 가다」를 애독해온 나는 11월21일 본문과 함께 실린 박성수교수의 부첨별문을 읽고 놀랐다.
조선통신사의 기록은 근래 활발히 발굴 또는 재조명되는 한일양국과거사의 한부분으로 그동안 일인들의 호사한 은페·말살·왜곡행위가 하나하나 적발되어 이를 점하는 우리들의심금을 떨리게 해왔다.
그런데 박교수는 첨문에『서울에는 일본처녀등의 젖가슴 가죽을 왕궁 깊숙이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이소문은 일본에있는 이총만큼이나 신빙성이 없는 헛소문이겠지만…』이라했는데 이에 대해 일언이 없을수 없다.
일본에 있는 이총 (우리나라 사람의 갈린 귀의 무덤) 은 분명한 실존물이며 많은 역사기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젖가슴 가죽설은 본인(현재 70세) 도 어렸을때 비슷한 구부민화를 들었고『언문판 사명당전』 의 인피3백장 운운의 대목을 읽은 경험이 있으나 이는 일인에 대한 우리겨레의 가슴속에 맺힌 원한을 얘깃거리로 분풀이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허구의 민간전설과 엄연한 역사적 실물인 이총을 한데 묶어 「신빙성없는 헛소문」 으로 처리한 것은 박교수의 잘못인 것같다.
우리 선조들이 처녀젖가슴 가죽설 따위의 악행을 저지른 일은 절대없다.
물론 박교수의 의도가 극악일인의 만행의 증거품인 이총을 덮어 두자는데 있는것이 아니고 박교수의 첨문 마무리 구절인 『임진왜란의 승패에 대해서는 두나라가 각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짐작하겠다.
그러나 역사는 어디까지나 분명히 해야 정당한 결론과 대응방법이 나오는 것이지 편견이나 옹색한 추측으로 얼버무릴수는 없는 것이다.
임신왜란의 승패로 말하면 왜난7년으로 조선전국토를 거의 쑥밭으로 만든 일군은 결국 수만의 전사군와 수천의 포로를 버리고 패주하여 그들 본토로 돌아간뒤 완전 멸망하고 조선은 엄청난 상흔은 입었으나 적의 침략을 물리치고 최후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다고 임신왜란이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고 역사가 이어지는 한 왜란이 준 교훈은 살아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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