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총리 부하직원이냐…대전시민, 어떻게 이런 사람 뽑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기사 이미지

새누리당 정진석(오른쪽 둘째)·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왼쪽)이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회를 보던 박주선 부의장의 중재 요청에 따라 발언대에 올라 새누리당 의원들과 고성을 주고받는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왼쪽 둘째)을 진정시키고 있다. 박 부의장은 중재가 실패하자 “유감스럽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김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등과 막말에 가까운 언쟁을 벌였다. [사진 조문규 기자]

20대 국회가 막말로 첫 파행을 기록했다. 5일 국회 대정부질문(비경제 분야)에서 국민의당 김동철(4선·광주 광산갑) 의원이 파행의 원인을 제공했다.

김 의원 막말에 20대 국회 첫 파행
더민주 의원석 “진짜 야당스럽다”

이날 김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권력기관장이 거의 영남 출신”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대탕평 인사를 한다는 말을 왜 했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황 총리는 “역량에 따른 인사를 했고, 저 또한 영남 사람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이 호통을 치듯 질의를 이어가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웅성거리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기사 이미지

이장우

김 의원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걸 한심하게 여기는 국민들이 있다”고 맞대응했다. 그러면서 “이은재 의원, 질문할 땐 간섭하지 말란 말이야.” “이장우(재선·대전 동구) 의원, 대전 시민을 부끄럽게 하지 마”라고 소리쳤다. 김 의원이 곧장 질문을 이어가면서 대정부질문은 아슬아슬하게 파행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그러나 곧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김 의원이 상시청문회법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언급하면서 “미국 의회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청문회을 연다. ‘미국, 미국’ 하는데 배우려면 이런 걸 배워야 한다”고 하자 황 총리가 “미국에는 (의회의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권이 없다”고 답변한 게 발단이 됐다. 김 의원은 “궤변 늘어놓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새누리당 의석에서 다시 “사과하세요”라는 항의가 쏟아졌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총리의 부하 직원이야, 국회의원이야”라고 소리쳤다. 그런 뒤 “이장우 의원, 대전 시민이 어떻게 이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놨나. 다음 선거에서 저런 사람 제발 뽑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부의장이 “생방송되고 있다”며 말렸 다.

▶김 의원=“당신들 때문에 이 나라가 이렇게 됐잖아. 새누리당이 총체적 위기로 만들어 울화통이 터지는데 방해하고 있어.”

▶이장우 의원=“어디다 대전 시민 얘기를! 내가 국회의원 하면서 당신같이 하는 사람 처음 봤어.”

▶김 의원=“대전 시민한테 물어봐. 저질 국회의원하고 같이 국회의원 한다는 게 창피해 죽겠네.”

국민의당 의원들은 멀뚱멀뚱 상황을 지켜봤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서는 “아, 진짜 야당스럽다”는 말도 나왔다.

김 의원은 본회의가 정회하자 “국민이 판단해 김동철이 잘못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3시간여 뒤 본회의장에 다시 서 “저로 인해 본회의가 정회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 대전 시민을 거론하는 등 일부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서도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김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윤리위 제소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글=강태화·박가영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