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인력훈련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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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년도 대학신입생의 모집정원이 동결되었다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방이후 각급학교가 해마다 학생수를 늘려왔다. 그 결과 학교교육의 양적성장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보다도 앞장서 온 것이 우리이기 때문에 대학입학정원의 동결은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대학정원을 동결시킨 것은 대학졸업자의 취업난이 점점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대기업들의 대졸신입사원모집시험에서는 평균 10대1의 높은 경쟁율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취업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 인력수요공급추계에 따르면 1991년까지 대학졸업자 58만여명과 고등학교졸업자 79만명이 과잉공급되리라고 한다. 일자리에 비하여 훨씬 많은 졸업자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이러한 문제는 교육과 직업세계가 단계별로 일치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이 생각이 부분적으로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은 경제 제일주의에서 나온 발상으로, 오늘날 산업화시대의 보편적인 교육관이기도 하다. 즉 교육을 경제의 도구로 삼아 대학과 각급학교를 인력공급기관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인구의 숫자를 경제적 요구에 맞추는 것은 물론, 교육내용도 경제적으로 필요한 것을 가르친다. 학습자를 「인간」으로 보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력」으로 보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가치는 그러한 인력양성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교육은 모든 사람의 지적·인격적 생활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향상시키자는데에 근본적인 가치를 두고 있다. 즉 「모르고 사는 인생」이 아니라 「알고 사는 인생」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가 대기업에서 사무원으로 일을 하게되든, 작은 공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게 되든 세상만사가 돌아가는 원리를 알고 인류의 지적유산을 향유할수 있도록 만들려는 것이 교육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일은 졸업자가 너무 많이 배출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학과 학교가 교육의 근본가치에 충실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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