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선거 유세 취소하고 NSC 주재 “죄 없이 목숨 잃어, 강한 분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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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호 3 면

방글라데시 다카의 레스토랑 테러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일본은 하루 종일 충격에 빠졌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副)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진압작전 결과 일본인 1명은 구출됐지만 함께 있던 7명의 안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일본인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의 엔 차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남성 5명, 여성 2명 등 총 7명이다. NHK는 “7명은 도쿄에 본부를 둔 세 군데의 건설 컨설팅 회사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인으로는 유일하게 구출된 와타나베 다마오키(渡邊玉興)는 테러가 발생한 식당에서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 인질극에 휘말려 부상을 당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사건 발생 이후 각자 행동을 취했기 때문에 와타나베는 다른 사람의 안부는 모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구출되지 못한 7명의 생사에 대해 “(상황이) 엄중하다”고 비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충격에 빠진 일본 정부는 휴일인 2일 새벽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참의원 선거(10일)를 앞두고 예정돼 있던 홋카이도(北海道) 지역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했다. 아베 총리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7명에 대해 “방글라데시의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해온 분들로 너무나 통탄스럽다”며 “잔혹한 이번 테러 때문에 아무런 죄가 없는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었다.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주방글라데시 대사관에 현지 대책 본부를, 총리 관저엔 정보연락실을 각각 설치했다. 또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외무성 부대신과 국제테러정보수집팀원들을 현지에 파견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인이 해외에서 테러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시리아에 입국한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後藤健二) 등 일본인 2명은 이슬람국가(IS)에 살해됐다. 같은 해 3월 튀니지 박물관 총기 난사사건에서도 일본인 관광객 3명이 목숨을 잃었고 10월엔 방글라데시 북부 랑푸르 지역 카우니아 마을에서 인력거를 타고 가던 일본인 남성이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살해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 내에서는 테러 정보를 전담하는 일본판 CIA(미국 중앙정보국)를 설립하는 방안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분석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12월 발족한 외무성 내 ‘국제테러정보수집유닛’을 일본판 CIA 수준의 조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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