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라손 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필리핀 사람들은「코리」(Cory)라고 부른다.「아키노·코라손」여사의 애칭이다. 그 나라 국민둘이 애칭을 부를 정도면 인기는 괜찮은가보다.
「코리」는 자신이 필리핀대통령 후보에 나서는데는 두가지 조건이 맞아야 된다고 했다.하나는 「마르코스」가 「스냅 일렉션」(대통령 임기전의 선거)을 꼭 해야하고, 하나는 백만명이 자신의 출마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조건인 「스냅 일렉션」은 「마르코스」가 공언한 것으로 충족되었다. 둘째 조건인 백만명서명운동은 시작한지 5일만에 벌써 50만명이 넘었다.
문제는 「코리」 여사의 정치적 역량이다. 한마디로 그는 아직 「정치미숙생」(뉴스위크지)이다. 게다가 험난한 정치 풍토에서 부대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미다.
물론「풍운의 정치인」「아기노」의 부인으로 정치 견문은 많이 했겠지만 직접 그 속에 뛰어들어 정치를 경험해본 일은 없다.
한가지 강점이 있다면 필려핀 유수의 사탕재벌인 「코팡코」가의 딸이라는 것이다. 재력은 있다는 얘기다. 그런 배경으로「코리」여사는 「아키노」암살이후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필리핀에 돌아와「아키노 재단」창설, 「아키노 기념관」건설을 위해 바쁜 사회활동을 해왔다. 반「마르코스」운동에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연설 솜씨를 익혔다.
그러나 「코리」여사의 대통령 출마는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 필리핀야당은 12개나 난립해 있으며 그 가운데 8개당은 UNIDO(민주련합기구) 를 형성, 올해 56세의「S·라우렐」(전상원의원) 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야당세력들은 단일 후보 추대를 합의는 했지만 행동에 옮긴 정당은 아직 셋 밖에 없다.「라우렐」은 미국 예일대 출신이며 그의 아버지는 대통령을 역임했었다.「코리」여사보다 배경과 실력이 앞서 있다. 「코리」는「라우렐」이든 그 어느쪽도 피할수 없는 난관은 선거운동과 개표 관리다. 우선 돈을 쓸수 없게 만든 것도 야당으로는 곤경이다.
선거의 공정성 문제는「라우렐」의말로 짐작할수 있다.
『「마르코스」는혼자서 시합도 하고, 점수도 매기고, 판단도 보고, 시간도잰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하이메·신」추기경은 『필리핀선관위가 바티칸 선거를 주관한다면 나도 교황이될수 있을거요』라는 말로 빈정거렸다.
개표관리는 촌장들이 하게 돼 있는데, 이들이 누구 편인가는 물을 필요도없다.
미국은 요즘 공공연히 요구하기를 「선거결정」보다 ⓛ군부의 중립②선관위의 불편부당 ③시민의 개표감시가 더 중요하다고 「마르코스」정부의 귀에 대고 얘기하고 있다.
「마르코스」의 「배수의 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