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출판으로 불황을 이긴다"|산판계 "괴력의 인물"…최동식 정음사사장의 경영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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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제도 불황, 출판도 불황이다. 출판사들은 반품으로 창고가 가득차가는 것을 걱정하면서 출판량을 줄이고 있다. 이같은 부황국면에서 딴 출판사와는 달리 더 많은 책을 내는 곳이 있다. 전문서적·일반서적을 가리지 않고 소신껏 출판한다. 바로 50여년의 역사를 지닌 정음사다. 사장 최동식씨를 만나 활기찬 출간의 배경·기획의 방향 등을 물었다. <편집자주>
-불황으로 출판이 위축되고 있는데 정음사는 눈에 띄게 많은 책을 내고 있습니다. 괴력적이라고 할만하군요. 최근 6개월동안낸 책이 몇권입니까? 보통 국내 출판사는 한달에 2권 정도인데….
▲따져보니 신간만 6개월동안에 종수로는 30종, 책으로는 43권이 되는군요. 단행본으로 이정도 내었다는 것은 사실 많은 편입니다. 딴데보다 3∼4배 되는군요.
-「불황때 투자」라는 말도 있는데 그런 각도에서 볼수 있을까요.
▲경제계에서는 흔히 그런 말을 쓰는데 출판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것은 출판계의 영세성 때문입니다.
우리가 책을 많이 내는 것은 내야할 책이 많기 때문이며 「불황때 투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많은 책을 내기 때문에 독자와 가까와졌고 판매에도 유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판매전략상 또 의욕 넘쳐 책을 많이 내고 그것이 부담이 되어 문을 닫는 출판사도 있는데요.
▲의욕과잉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책의 내용뿐아니라 상업적인 면도 철저히 고려하는 합리적인 출판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예상외의 히트를 기대하지 않고 장·단기적으로 꾸준히 팔려나갈 책을 기획할 뿐이지요.
-학교일 (최씨는 고려대교수다. 전공은 화학) 때문에 바쁘신데 기획은 어떻게 합니까.
▲문학·인문료학·사회과학·자연과학 등에 각각 편집위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출판전문인이 기획을 총괄합니다. 저는 자본과 경영의 분리를 철저히 지키고 있읍니다. 82년 부친 (고 최영해씨)의 뒤를 이어 출판사를 맡으면서 처음에는 잘 모르기도 해서 그렇게 했는데 지금은 자본·경영을 분리하면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됐읍니다.
꼭 의견용 제시해야할 때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요.
-문학을 비롯하여 인문·사회·자연과학의 각 분야에서 책이 나오고 있군요.
단행본출판사는 대개 전문출판을 지향하는데요.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능력이 있으면 다양하게 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궁극적 목표는 백화점식으로 모든 분야의 책을 내는 것입니다. 지금은 잡화점단계를 조금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70년대 출판이 뜸했던 정음사를 다시 톱 랭킹의 출판사로 키우려는 열망을 가진것 아닙니까.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습니다. 전집물 등을 내는 대형출판사를 지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행본출판으로 키워나가고 싶읍니다.
-출판을 잘 모르고 출판에 뛰어들어 고생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저자들과 가까와지는 일이 어려웠읍니다. 70년대 공백기가 있으면서 저자와 정음사의 관계가 많이 소원해 있었읍니다.
책은 저자가 쓰는 것 아닙니까. 저자를 모시고 또 키워나가는 것이 출판사의 일이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 애썼읍니다.
-요즘 정음사가 활기를 띠는데는 옛 독자들의 호응도 크리라 봅니다.
▲40대이상은 친숙한 느낌을 갖고 있고 30대도 알고있는 사람이 많아요.
-외술 최현배선생은 1928년 『우리발본』을 간행했습니다. 최사장의 조부이시지요. 그래서인지 정음사의 요즘 책에는 어학·국문학에 관한 책이 많습니다.
▲한글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의 『우리말 역순사전』도 그러한 것이고 문학작품도 한글문화를 키워 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읍니다.
-최근에는 대학박사논문 등과 「마르셀·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등 「잘 안팔릴것 같은」 책들도 나오고 있군요.
▲박사학위논문은 우리논문들의 수준을 알려보겠다는 생각에서 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들 찾아서』는 문제작인만큼 장기적으로 성공하리라 봅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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