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세액공제 확대 돌연 백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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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주 신문을 본 독자 중에는 근로소득세가 도대체 얼마나 줄어드는지 헷갈린 사람이 적지 않았다.

11일자 신문에는 연소득 3천만원 이하 소득자의 소득공제율이 5%포인트씩 낮아진다고 소개됐다. 그런데 하루 뒤 12일자 신문에선 다시 연소득 1천5백만원 이하에 대해서만 소득공제율을 올린다고 나왔다.

하루 사이 근소세 감면안이 이렇게 바뀐 사연은 뭘까.

당초 정부가 생각한 감세안은 3천만원 이하 소득에 대한 근로소득 공제율을 5%포인트씩 높여 연간 5백만~1천5백만원 소득에 대해선 45%에서 50%로, 1천5백만~3천만원은 15%에서 20%로 올리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의 감세액은 3만원에 불과한 데 비해 고소득자의 감세액은 최대 45만원에 달하는 등 중산층 이상의 감세혜택이 상대적으로 커보인다.

정부의 감세안에 합의했던 여야 의원들은 문득 저소득층에 비해 고소득층의 감세 규모가 더 크지 않으냐는 비난이 걱정스러워졌다. 정부안대로 소득공제율을 조정할 경우 연봉 3천만원 이하 계층에 대한 감세 규모가 3천3백억원인 반면 3천만원 초과의 감세 규모는 4천1백억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1일 마지막 순간에 감세안의 내용을 바꿨다. "근소세는 원래 누진세율 구조라 감세비율은 저소득층이 크더라도 감세액은 고소득층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서민보다 중산층을 배려했다는 비난을 어쩔 거냐"는 정치논리에 묻혔다.

결국 1천5백만~3천만원 구간의 근로소득공제 확대는 백지화됐고, 대신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45%에서 55%로 올리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 결과 연봉 3천만원 이하에 대한 감세규모가 4천억원으로 늘어났고, 3천만원 초과 소득자에 대한 감세규모는 3천3백억원으로 줄었다. 이렇게 해서 올해 근로자가 덜 내게된 세금은 한달에 4천~2만8천원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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