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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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쌀 농사도 풍년이다. 농수산부의 잠정 집계로는 3천 9백 20만 섬의 수확을 예상하고 있다.
풍년이다, 흉년이다 하는 기준은 평년작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평년작은 지난 5년 동안의 수확 가운데 가장 많았던 해와 가장 적었던 해의 기록을 제외한 3개년의 수확을 연평균으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까지 우리 나라의 쌀 평년작은 3천 6배 20만 섬이었다. 이 기준으로 보면 83년 이후 해마다 줄줄이 풍년이 들었다.
올해의 쌀 수확을 지금 추산대로 3천 9백 20만 섬으로 본다면 평년작의 규모는 훨씬 커진다. 81∼85년 사이의 최고, 최저연도는 84년(3천 9백 45만 7천 섬) 과 81년 (3천 5백 16만 섬). 이 두 해를 제외한 3년 동안의 수확량 연평균은 3천 7백 50만 섬이다. 평년작의 새 기준이 되는 셈이다.
현재의 수리시설, 미작기술로 보면 년 3천 8백만 섬 생산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혹독한 천재가 없는 한 평년작을 넘는 풍년은 그야말로 항다반사가 될 것 같다.
단보(10a = 1천평 m)당 수확을 봐도 우리 나라는 일본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84년의 경우 일본의 단보 당 쌀 수확은 백미 기준으로 4백 65kg이었다. 일본엔 다수확 품종이 없다. 따라서 일반미 기준이다.
우리 나라는 같은 해 일반미가 4백 46kg이었다. 물론 신품종 통일미는 5백 22kg이나 되지만 일본과의 대비에선 논외다.
문제는 우리 나라의 평년작으로 자급자족이 되느냐다. 우리 국민 한 사람 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의 경우 l백29.8kg 이었다.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올해는 1백 27.8kg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쌀 한 섬이 1백 44kg, 결국 요즘 한국 사람들은 1년 내내 쌀 한 섬도 안 먹는다는 얘기다. 『한 식구에 살 한 섬』 이라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물론 50대, 60대 기준으로는 지금도 1년 소비량이 한 섬에 가까운 1백 52kg이다. 그러나 10대, 20대는1백 25kg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무튼 한 사람 당 연평균 소비량 1백 27.8kg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3천 6백만 섬이면 자급자족 선이다.
앞으로 쌀 소비는 해마다 줄면 줄지 늘 것 같지는 않다. 일본만 해도 년 80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2000년대엔 90kg쯤 되리라고 본다. 고미, 고고미, 고고고미는 일본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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