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열 높아졌지만 아직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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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가 지고 있는 외국 빚이 너무 많다고 나라 전체가 걱정이다.
한해 동안의 국민총생산이 8백 11억 달러 (84년)인 나라가 그 절반이 넘는 4백 30억 달러 (84년 말)나 되는 외국 빚을 지고 있으니 많기는 분명 너무 많다.
이처럼 많은 외국 빚을 지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투자를 뒷받침 할만한 저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축이 중요하다는 이유는 바로 이런데 있다.
일본이나 대만같은 나라는 국민들의 저축이 투자보다 훨씬 많아 다른 나라에까지 투자하는 반면 우리는 모자라는 돈은 외국에서 빌어 투자를 했다.
쓸데없는 투자도 물론 적잖았지만 국내 저축률이 부족해 할 수 없이 꿔다 쓴 돈도 많았다.
84년에 우리나라의 국민 저축률은 27.3%, 같은 해 총투자율은 29.7%였으므로 모자라는 2. 3%만큼은 외국 빚으로 충당해야 했다.
이에 비해 대만의 국민 저축률은 34.3%(84년)로 총투자율 21.4%를 훨씬 웃돌고 일본도 같은 해 국민 저축률이 31.6%로 총투자율 28.6%를 상회했다.
우리도 꾸준히 나아지고는 있다. 지난 80년 총투자율 31.2%에 국민 저축률은 21.9%에 불과해 외국 빚으로 9.4%(해외 저축률)를 충당해야 하던 것이 84년에는 2.3%로 좁혀졌다.
저축을 늘리는 데는 무엇보다 물가 안정과 부동산 등 투기 억제가 큰 기여를 했다.
사실 지난 80년 만해도 1년 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19.5%나 됐지만 같은 해 물가는 28.7%나 올라 은행에 돈을 말기면 앉아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2∼3년 사이 물가가 2∼3%에서 안정되면서 이른바 실질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랐다.
현재 l년 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10%지만 물가는 2∼3%상승 정도에 그쳐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해도 年 7∼8%의 투자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또 하나는 부동산 투기가 잠잠해진 것. 부동산 투기로 곱절 장사를 하는 판에 은행 예금이나 하다가는 「불출」 소리 듣기 알맞던 것이 지난 82년 이후 특정 지역 고시·토지거래신고제 등 강력한 투기 억제 대책에 힘입어 투기 열풍이 식고 마땅한 투자 대상을 잃은 돈이 저축으로 적잖게 몰렸다.
그만큼 저축에 대한 열의가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나라의 저축 수준은 더욱 높일 여지가 많다.
1인당 국민소득이 2천 달러가 됐던 시점에서 일본의 국민 저축률은 40.2%(70년), 대만은 33.3%(80년)였던데 비하면 우리 나라의 27.3% (84년)는 매우 낮은 폭이다. 이 같은 격차는 주로 가계 저축률에서 나타나는데 우리의 경우 가계 저축률은 7.7%(84년)인데 비해 일본은 12.5% (82년), 대만은 13.8% (82년)로 거의 2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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