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에의 무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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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식」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 상식이다. 인류 전체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거나 지녀야 할 상식들도 있지만 어떤 특정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거나 지녀야 할 상식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어느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민족에 관한 상식이 있을 것이며, 어느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기 나라에 대한 상식이 있을 것이고, 어느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사회에 관한 상식이 있을 것이며, 어느 직장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그 직장에 대한 상식이 있을 것이다. 또한 「밥을 짓는 방법」 「버스를 타는 방법」 등과 같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습득되는 상식이 있을 것이며, 어떤 전문 직종에 근무함으로써 습득하는 상식이 있을 것이고, 신문·잡지·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를 통하여 얻는 상식이 있을 것이며, 학교 교육으로 배우는 상식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법한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사항들이 꽤 있다. 『애국가』는 국민학교 1학년만 되어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국가의 의미」도 『애국가』를 부를 때 누구나 이해한다고 선뜻 대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물론 곡조가 가사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가사만 읽는다 해도 제1절의 「보우」, 제2절의 「바람 서리」, 제3절의 「공활」과 같은 단어들의 의미를 과연 『애국가』를 상식적으로 아는·사람들 중에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는지 궁금하다. 「태극기」도 마찬가지다.
태극기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태극기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자」라는 상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지니고 있지만 무엇이 과학적이고 무엇이 독창적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아멘」이라는 말을 알고 있고 기도를 드릴 때마다 사용하지만 그 본래의 의미를 모르는 기독교 신자도 있을 것이고, 「나무아미타불」의 원래 의미를 모르고 기계적으로 낭송하는 불교 신자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상식적으로 알면서도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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