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독립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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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가 확정되면서 2세기 넘게 존속해온 '영국(United Kingdom)'이 '잉글랜드(England)'로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브렉시트에 반발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영국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 4개 왕국이 연합한 국가다.

스코틀랜드는 1707년 잉글랜드에 병합된 이래로 끊임없이 독립을 갈망해왔다. 2014년 9월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반대 55%, 찬성 45%로 부결됐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인들은 이듬해 총선에서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를 주도한 스콜틀랜드국민당(SNP)에 59석 중 56석을 몰아주며 독립 불씨를 남겼다.

그 불씨가 브렉시트를 맞아 다시 타오르고 있다. SNP 대표인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최근 "스코틀랜드가 잔류에 표를 던졌음에도 영국이 EU를 떠나게 될 경우 독립 투표를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코틀랜드는 62%가 잔류를 택했지만 영국의 EU 탈퇴를 막지 못했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스터전은 "스코틀랜드인들은 EU의 일원으로 남기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주민 56%가 EU 잔류를 지지한 북아일랜드에서도 독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마틴 맥기네스 부수반은 브렉시트가 확정된 직후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 주민의 이익 수호를 포기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을 떠나 아일랜드와 통일할지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상황이 한층 복잡하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한 국가였던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하다. 지금까지는 같은 EU 소속이어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했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상 국경 통제가 불가피하다. 국경 통제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주민들이 늘어날 경우 1998년 벨파스트협정으로 겨우 잦아들었던 아일랜드와 영국 간의 유혈 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영국령 지브롤터도 고민에 빠졌다. 1704년 전쟁을 통해 영국이 스페인으로부터 빼앗은 이래 영국령이 된 지브롤터는 스페인의 영유권 주장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영국령으로 남았다. 그러나 국경을 맞댄 국가가 스페인밖에 없어 EU를 떠나면 완전히 고립될 처지인 지브롤터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지브롤터에선 주민 96%가 잔류를 지지했다.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가요 외무장관은 지난 3월 "영국이 EU를 떠난 바로 다음 날부터 지브롤터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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