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아기울음·웨딩마치…끝 모를 저출산 터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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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23일 통계청이 낸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4월 14만7900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월별 출생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 1~4월 출생아 수가 15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1~4월 출생아 15만 명 밑으로
결혼은 11년 만에 10만건 이하로
“체감도 높은 획기적 정책 필요”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6000명보다 5.2% 적다. 4월 한 달 통계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3만5300명의 아이가 태어났는데 1년 전에 비해 7.3% 급감했다. 4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출생아 수다. 지역별로는 세종(50% 증가)을 제외한 전 시·도에서 1~4월 출생아 인원이 감소했다. 대전(전년비 -11.8%)이 가장 심했고 전북(-9.6%), 강원(-7.7%), 경북(-7.4%) 순으로 아이 울음소리가 많이 줄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보통 결혼 1~2년 이내에 출산이 가장 많은데 최근 혼인 건수가 뚝 떨어졌다”며 “저출산 현상이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4월까지 9만4200건의 결혼이 있었다. 지난해보다 6.9% 줄었다. 1~4월 혼인 건수가 10만 아래로 내려간 건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경제난에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가 늘고 비혼·만혼 경향도 뚜렷해졌다.

임신·출산이 가능한 여성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도 저출산에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15~49세 가임 여성 인구는 2014년 1300만 명 선이 무너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2014년 1290만9000명, 2015년 1279만6000명으로 하락세다.

반면 1~4월 사망자 수는 9만7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8100명에 비해 0.6%포인트 소폭 감소했다. 이 기간 이혼 건수는 3만3700건으로 4% 줄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한국은 현재 가임기 여성 감소, 결혼 감소, 결혼 후 출산 기피라는 ‘삼중고’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단장은 “가임 여성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막기 어렵고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결혼·출산을 꺼리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획기적이고 체감도 높은 정책이 없다면 인구 감소로 인한 심각한 사회구조적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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