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살인' 피의자, 성폭행 후 돈 빼앗다 살인…피해 여성과 모르는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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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피의자가 범행 이틀 전 피해자를 우연히 만났고, 성폭행 할 목적으로 따라갔다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달 전부터 알고 지냈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거절해 살해했다”는 피의자의 진술이 허위였다는 것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60·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모(36·구속)씨가 범행 이틀 전 우연히 보게 된 A씨를 성폭행하기 위해 범행 당일 집안에 숨어있었고, 성폭행 후 살인을 저질렀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검거 직후 조사에서 “한달 전쯤 A씨를 알게됐다”고 진술해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으로 의심됐다. 그러나 김씨와 A씨가 통화를 한 기록이 전혀 없었고,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사건 이틀전인 14일 인근 상가 주차장에서 A씨를 보고 성폭행할 마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2주전쯤부터 보험 상품을 설명하는 교육을 받고 있던 김씨는, 14일 A씨가 차량에 타는 모습을 발견하고 3.5km 가량을 차로 쫓아 갔다. 그리고 아파트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A씨에게 접근해 보험 상품을 설명해주고 싶다고 설득해 집까지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이때 A씨가 문을 여는 장면을 훔쳐보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냈고, 20분가량 집안에 머물다가 나왔다.

다음날인 15일에도 김씨는 아파트를 찾았다. 이날은 4번이나 아파트에 드나드는 장면이 CCTV에 찍혔지만 A씨 집으로 들어가지 않은채 계단까지만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다시 아파트를 찾은 김씨는 오전 10시 46분쯤 A씨가 외출하는 것을 확인하고 차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오후 1시 45분쯤 집안으로 잠입해 서재에 숨었다. 그리고 오후 4시 45분쯤 귀가한 A씨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부엌에서 흉기를 갖고 안방으로 가 A씨를 협박하고 성폭행했고, 성폭행 후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과정에서 A씨가 소리를 지르는 등 강하게 저항하자 A씨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했다. 범행 후에는 수건으로 집안에 남은 자신의 지문 등을 지웠고, 수건과 피해자의 옷·이불·통장·현금 등을 비닐 봉지에 담아 집을 빠져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호감이 가서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A씨를 따라갔다”며 “성폭행에 강도짓까지 저질러 마지막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A씨를 살해하지 않으면 곧 붙잡힐 것 같아 실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A씨 시신 부검 결과 김씨의 DNA가 검출돼 성폭행한 사실이 확인됐고, 사인은 질식사로 나타났다. 돈을 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해 살해했다는 김씨의 애초 진술과 달리, 성폭행을 목적으로 접근했고 이후 돈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살인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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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특수강도강간 두건을 저질러 2005년부터 7년, 2012년부터 3년을 복역했는데, 과거 범행 때도 아파트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집에 들어가는 40대 여성을 따라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바 있다”고 말했다.

김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한 경찰은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특수강간 혐의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혐의(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해 다음주 중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방침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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