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극형 신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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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법원 형사2부 (재판장 정태균대법원판사) 가 두사람을 살해하고 또 한명에게 상해를 입힌 피고인에게 『극형은 신중히 해야한다』며 사형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시킨 판결은 여러모로 주목된다.
흉악범은 극형에 처해야한다는 인식이 국민사이에 팽배해 있고 일반형법에서조차 뇌물수수·범죄단체조직법에까지 사형이 선고되는 예에 비추어 대법원의 이같은 이례적인 판결은 모처럼의 청음같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형사정책은 중벌위주로 치달아 온것이 사실이다.
부정식품과 밀수가 한창 성행하거나 가정파괴범이 들끓어 사회에 물의가 일면 극형으로 다스리겠다는 소리와 함께 구형과 선고의 추세가 이에 발맞추다시피했다.
형사정책상 중벌정책은 범죄의 예방과 사회감정을 반영한 응징 아니면 응보에 중점을 둔것이다.
그러나 형벌의 진정한 뜻은 범죄의 예방이나 보복을 통한 사회정의의 구현보다 범인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사회를 보호하고 범인을 교화해 사회에 다시 복귀시키기 위한데 더 큰 목적을 두고있다.
고대 함무라비법전에 표현되어있듯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라는 원칙 (Lex tallonis)에서 유래한 응징 또는 응보형 복수형은 현대사회에선 배적된지 오래다.
범인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에 해당하는것과 똑같은 정도의 고통을 받도록 한다는것 자체가 목표가 되고 장의가 되어서는 안되며 인도상의에도 어긋난다는 논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사형제도는「인문이 만든 제도를 통해 인간의 생명을 끊을 수 없다」는 논리 외에도 오판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사회구성원으로 하여금 잔인성을 유도할 가능성 때문에 사형폐지론도 나오고있다.
또한 현행 형법상의 사형규정이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에도 어긋난다는 위헌륜이 대두되고 있으며 극형을 포함한 중벌정책이 사회성원에게 어느정도 위하(위혁)적 영향을 끼쳐 범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는 학설도 없지않다.
오히려 중벌정책은 악질범죄를 상습적으로 유발시킬 우려가 많은데다 우선 사회를 살벌하게 하는 역작용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세계 여러나라가 사형제도를 폐지한 것을 예로 들지 않아도 사형은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다.
더구나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행의 동기에서부터 법인의 환경, 교육의 정도, 범행의 수법 등이 참작되어야한다고 밝혔듯이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안되었던 환경이나 사회의 토양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우발적 살인에 대한 극형을 신중히 해야하다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정신이 앞으로 각급 법원판결에 많이 반영될 것으로 믿어지나 중벌위주의 형사정책을 일대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범인의 검거가 범죄예방에 최선의 방법이며 건전한 사회의 토양을 다지는 길이 범죄를 숲이는 첩경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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