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가족끼리 규칙 정해 공놀이 … 경쟁에 집착하지 않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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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가 아이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려면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의 흥미가 중요하다. [중앙포토]

공놀이는 아이의 정서와 뇌 발달에서 중요하다. 전두엽을 발달시키고 인내심, 충동조절 능력, 자기주도성을 키운다. 사람과 어울리면서 인간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사회성을 배우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공을 갖고 논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 더욱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 전문가에게 효과적인 공놀이 방법을 들어봤다.

아이 정서 발달에 효과적인 공놀이

공놀이, 네 가지를 담아라
전문가들은 우선 네 가지를 지키라고 말한다. 아이가 하면서 즐거워하고, 몰입할 수 있고, 놀이를 하면서 기량이 좋아져야 하고, 하고 나서 후회가 없어야 한다. 이는 좋은 운동, 좋은 놀이가 갖춰야 할 성격이기도 하다. 재미가 없으면 오래 하지 못한다. 몰입할 수 있어야 집중하기 쉽다. 할수록 기량이 향상돼야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그래야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어른 역시 마찬가지다. 어른의 경우 나쁜 놀이의 예는 음주와 도박이다. 재미있고 몰입할 수는 있지만 중독 위험이 있고 후회하기 쉽다. 아이의 반응을 살피면서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위에 공이 없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신문을 잘게 찢어 공 모양으로 뭉친 타래나 풍선도 공놀이의 좋은 도구가 된다.

여럿이 규칙을 만들어라
공놀이를 아이 혼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공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처럼 던져주면 안 된다. 부모가 파트너를 자처하고 집에서는 가족 단위로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이 많을수록 자기를 잘 통제하게 된다. 그만큼 자기 맘대로 하는 데 걸림돌이 많아지는 것을 뜻한다. 또 일정한 규칙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자유롭게 하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혼자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놀이의 규칙은 자신에게 허용된 범위와 기다림을 몸소 배우는 과정이다. 단, 처음부터 어렵거나 많은 규칙을 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습득과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꾸짖음보다는 칭찬을 곁들이자
정한 규칙을 어겼을 때 부모는 아이를 혼내기 일쑤다. 역효과를 보기 십상이다. 아이는 움츠러들고 더 이상 공놀이를 놀이로 느끼지 못한다. 무조건 아이가 흥미를 느껴야 한다. 공놀이가 아이가 기다림을 배우는 과정이듯 부모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축구를 하다가 아이가 손으로 공을 잡았다고 해서 나무라지 말고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는 자기가 주도적으로 놀이에 참여할 때 불안감을 떨치고 안정감을 찾는다. 대신 규칙은 최대한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규칙을 지키면 칭찬을 아낌없이 하는 것이 좋다.

경쟁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라
공놀이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한 팀으로 묶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과 두 개 이상의 팀으로 나눠 경쟁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아이가 좋아할 수 있다. 한 팀으로 하는 방식은 협동심을 기를 수 있고, 경쟁 방식은 성취욕과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경쟁하는 방식만 하다 보면 아이가 이기려는 것에만 관심을 둘 수 있다. 경쟁심을 너무 키울 수 있다. 적당한 패배감도 분명 필요하긴 하지만 경쟁 방식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두 가지 방식을 바꿔가면서 골고루 해주는 게 가장 좋다.

게임에 언어를 섞어라
다양하게 경험시키되 이 경험을 언어로 연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전두엽을 발달시키려면 현 상황과 앞으로 어떤 결과가 있을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경험을 언어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언어·운동 신경이 모두 전두엽과 관련돼 있어서다. 공놀이할 때 다른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고 아이가 느낌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이 매개가 돼 언어능력도 함께 발달할 수 있다. 공놀이할 땐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해 아이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반응을 유도하는 것도 좋다.

성인이 돼서도 즐겨라
아이만을 위한 공놀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전두엽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발달한다고 한다. 평생에 걸쳐 발달이 진행한다고 말하는 연구자도 있다. 부모의 입장이라면 열심히 아이와 놀아주고, 자신만의 공놀이를 별도로 즐기는 것도 좋다. 조기축구, 사회인 야구, 볼링 동호회 등 여럿이 단체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좋다. 건강도 챙기고 대인관계도 넓힐 수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
도움말=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 가천뇌과학연구원 서유헌 원장,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해란 교수, 목동아동발달센터 한춘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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